[시]
야광귀 1 / 김주완
등을 켜고 밤을 새워라
섣달 그믐날 자정이 지나면
바람 소리도 없이, 어둔 하늘에서
푸른 머리카락 풀풀 흩날리며
앙괭이가 내려온다
잠든 아이들의 신발 중에서
제 발에 맞는 것을
아무도 모르게 신고 간다
묵은 신발을 잃어버리면
새해 내내 운수가 불길하느니
대청 벽에 고운체를 걸고
태운 머리카락 재를 마당에 뿌려라
신발은 꼭꼭 다락에다 숨겨두고
불을 밝히고 밤을 새워라
앙괭이를 살펴라
잠들면 하얗게 눈썹이 센다
얼굴에 먹 검정 환칠을 당한다
밤새, 체 구멍을
두 눈 부릅뜨고 세던 앙괭이는
첫닭이 울면 황급히 되돌아갈 것이니
섣달 그믐날 밤에는
등을 내어 걸고 밤을 새워라
새해 새날은 그렇게 맞아야 하느니
― 크게 눈뜬 채 맞이하는
설날 아침
맑은 얼굴을 하고
설빔으로 새 신발을 신더라도
온몸으로 묵은해를 이고 온
다 헤진 신발을 아껴야 하느니
남루한 어미 같은 헌 신발을
<2011.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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