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월간 [한국시] 2011-4월호(통권 264호) : 2011.04.01. 발표>
어두워지는 것이 / 김주완
어두워지는 것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늙어가면서 눈이 어두워지고
귀가 먹먹해진다
검버섯과 사마귀, 주름살과 흰머리가
흐릿하게만 보이고
가슴을 후벼파는 험담이나 악담도
어른어른 들리는 듯 마는 듯 하다
끓어오르던 젊은 날의 정염도 사라졌다
붓꽃의 눈물겨운 남빛 자태나
부드러운 살결의 목련꽃잎은
애잔한 기억 속에 남은 것으로
이미 충분하다
순리에 전신을 맡기고
흐르는 대로 흘러가면서
돋보기와 보청기는
늙어갈수록 쓰지 말 일이다
어두워지는 것은
이제부터
참으로 편해지는 것이다
내가 나에게서 해방되는 것이다
<2011.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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