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해동문학 2012년 봄호(통권77호) 257쪽 발표]
굴절 2 / 김주완
단옷날 여우골 솔밭에서는 높은 가지에 그네를 몇 개씩이나 걸고 동네 처녀들이 몰려들어 까마득한 하늘로 날아올랐다. 바람이 팽팽하게 들어간 이웃집 순자 누나의 다홍색 자미사 치맛자락 사이로 흰 속바지가 희끗희끗 보였고 그보다 더 흰 종아리 살이 살짝 비쳤다. 보는 사람들의 눈에서 잠시 반짝하는 빛이 지나갔다.
열흘쯤 지나자 단옷날 순자가 엉덩이를 드러냈다는 소문이 먼 동네까지 퍼져 나갔다. 입에서 입으로 건너가며 휘고 꺾이어 다른 모습으로 되돌아온 말들의 굴절은 순자 누나의 넓은 치맛자락으로도 막을 수가 없었다. 남세스러웠다.
<2011.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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