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1998.12. 대구시협『대구의 시』 수록>
여론
김 주 완
품위 있고 수준 높은 것으로 바꾸라고, 놈이 문제해결방식에 대해 말했다.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말아 달라고 내가 대답했다.
스스럼없이 장작을 쪼개는 도끼로 사람을 쪼개지 못하는 이유, 사람이기 때문이다. 꿈틀거리는 인간의 개체적 생명이기 때문이다. 놈의 긴 울대를 한 움큼 쥐었다가 놓았다. 생선 목을 따듯 놈의 목을 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날, 단호히 노기의 껍질을 깨고 나오다 일순에 주살당한 살기 ―
놈이 불쌍하다고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놈의 큰 울음이 사람들의 가슴을 적신 것이다. 살려면 무슨 짓을 못하겠냐고 했다. 눈물에 씻겨나간 진실이 누구 눈에도 띄지 않았다. 자리를 빼앗은 연민은 간죽간죽 웃고 있었다. 진실의 실종신고를 하는 자, 아무도 없었다.
<1998.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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