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나는 너를 그냥 그대로 둘 것이다
김주완
정신의 피를 쏟아부었다
영혼을 짜낸
잠시이면서 잠시가 아닌 동안
그러나 너는
고이지 않는 항아리 너머로
돌아서 갔다
너의 발길을 적실 힘도 없이
흔적없이 잦아드는
내 푸른 피를 보며
진리 너머에 무엇이 있을까를
나는 하염없이 생각하고 있었다
너의 일과 나의 일
너의 문제와 나의 문제에 대한
결국은 내 탓인
너의 탓에서 연유하는 우리의
오늘을 망연히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너를
그냥 그대로 둘 것이다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얼음같이 차가운 진리를
단지 보기만 할 것이다
기억의 지층 깊이 이쁜
너의 반쪽을 묻을 것이다
언제까지나 꺼내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내가 정한 내 일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1997.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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