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시 해설/근작시

[시] 나는 너를 그냥 그대로 둘 것이다 / 김주완 [1997.10.03.]

김주완 2001. 8. 7. 00:42

[시]


            나는 너를 그냥 그대로 둘 것이다


                                                                    김주완


정신의 피를 쏟아부었다

영혼을 짜낸

잠시이면서 잠시가 아닌 동안

그러나 너는

고이지 않는 항아리 너머로

돌아서 갔다

너의 발길을 적실 힘도 없이

흔적없이 잦아드는

내 푸른 피를 보며

진리 너머에 무엇이 있을까를

나는 하염없이 생각하고 있었다

너의 일과 나의 일

너의 문제와 나의 문제에 대한

결국은 내 탓인

너의 탓에서 연유하는 우리의

오늘을 망연히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너를

그냥 그대로 둘 것이다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얼음같이 차가운 진리를

단지 보기만 할 것이다

기억의 지층 깊이 이쁜

너의 반쪽을 묻을 것이다

언제까지나 꺼내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내가 정한 내 일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1997.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