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시 해설/근작시

[시] 검 / 김주완 [1997.11.29.]

김주완 2001. 10. 1. 16:23

[시]


   『자연시』동인지 제10집(1997.11.29) 발표



          검

    

                                   김주완


살을 갂아내면서 날은 선다

흐르는 피가 남기고 간

차마 버릴 수 없는 시간의

스러지는 용적만큼

그만한 깊이로 파고들 날이

푸른빛으로 곧추선다

기억을 베는 칼날의 활공,

각을 맞추는 만큼 통증은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한번의 번쩍임으로 종적을 감추지 못하는

서 있는 자의 긴장,

그대 미숙한 이별이 몰고 오는

화요일의 여진 오래 남아

힘들게

살을 갂아내면서 날은 선다


                  <1997.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