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시 해설/근작시

[시] 르네상스에 가면 / 김주완 [1994.12.30.]

김주완 2001. 2. 1. 15:38

[시]


『시와 반시』1995-여름호 발표



르네상스에 가면

    

김주완


르네상스에 가면

가수 김시내가 있다.

그녀의 노래를 듣다 보면

어느새

신화의 숲 가운데 서게 된다.

직립한 기둥들의 까마득한 위로

덮힌 지붕이 없다.

멀리 명왕성과 해왕성이 내려와

거기

흔들리는 가지 끝에 걸리고

우리들 마른

육신과 영혼의 도식 사이로

서늘한 우울이 흐른다.

그녀의 원근법이 에워싼 숲 그늘로

춤 추는 여린 손가락의

주술이 거느리는 힘의 거리만큼

수풀떠들썩팔랑나비는

지금

부르르 감전되고 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주문같이

잔잔한 그녀의 표정과

설운 노래에 사로잡힌 밤 깊은 시간

쾌적한 예속이 낯설지 않은 것은

저만큼 위험을 벗어놓고 넘어온

여기는

유년의 숲 속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다가오고

우리가 그녀 속으로 들어가는

원근법의 신화가 지배하는

르네상스에 가면

꿈결 같은

가수 김시내가 있다.

주문 같은 그녀의 노래가 있다.


                  <1994.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