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시 해설/근작시

[시] 견고한 어깨를 깨기로 했다 / 김주완 [1994.12.28.]

김주완 2001. 1. 1. 23:35

 

[시]


           『시와 반시』1995-여름호 발표



          견고한 어깨를 깨기로 했다

    

                                    김주완


잊기로 했다,

벗어나기 위해

넘기로 했다,

중년의 휑한 바람이 이는

자유의 먼 벌판으로 나서기 위해

그리움의 벽을 허물기로 했다,


어제는 이미 지나갔지만

그대를 잊지 못하므로

나는 아직 어제 속에 갇혀 있었다,


겨울 산속의 억새풀밭

묻힌 설레임이 두런두런 살아나는

거기,

살아나는 생명을 온전히 살리기 위해

기억의 장례식을 치르기로 했다,


벗어남은

갇힘 안에 있는 것을 살해함으로써

소생할 수 있음을

비로소 알아차린 그날,

묶인 그리움을 넘어

어디선가 촉 트고 있을

죄로써 죄 씻을 깃털 한 잎 맞이하기 위해


잊기로 했다,

지우기로 했다,

넘기로 했다,

벗어나기 위해

견고한 어깨를 깨기로 했다,



                                     <1994.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