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시 해설/기념시(기념시·인물시·축시·조시 등)

[축시] 하영석 교수 회갑 / 김주완 [1995.05.25.]

김주완 2001. 1. 25. 10:56

[祝詩]


                   다시 육십 길목을 향하는 보행으로

                               ― 玄同 河永晳 先生님 頌壽―


                                                                    김주완


  [1]

 

장정 육십명이 모여야 넘었다는

육십령 가파른 고갯마루를 등줄기로 거느린

소백산맥을 병풍 삼은 곳

경상남도 함양군 안의면

물빛 푸른 거기,

남으로 지리산 북으로 덕유산

동으론 가야산 서녘 먼 내장산

산 너머 산이 있고

고개 너머 고개가 있음을

바라보며 가꾼 순한 꿈이

이제

큰 나무와 높은 산으로 솟아

육십 길목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2]

 

왕대밭에 왕대 나느니

대처 대구로 나와 닦은 학덕이

안으로는 가업의 계승이었으며

밖으로는 미혹의 세상 곧추세우는

저 끝없는 사유의 눈 틔우기였으니

뜨거운 삶과 차거운 철학의 통로

그것은

虛有선생, 玄同선생 양대에 걸쳐 이룬

오!

학계의 홍복이며

문하의 은혜입니다.

아니,

영겁으로 흐를 청렬한 정신의 생존입니다.


  [3]

 

큰 나무는

스스로 높이지 않으므로 더욱 높으고

깊은 산은

가리지 않고 보듬으므로 더욱 깊으며

천근 바위, 만길 바다는


말없는 침묵 가운데 더욱 넓어지느니,

거인 玄同선생님!

높고 깊고 넓은 선생님의 호수

그 황혼의 물가에

쪽빛 물감 뚝뚝 듣는 수채화로 서셔서

다시 육십 길목을 향하는 힘찬 보행으로

길이 정정하소서.

만세무강하소서.


―玄同 河永晳 敎授 回甲紀念論文集,『칸트와 현대철학』, 玄同河永晳敎授回甲紀念論文集刊行委員會, 1995. 5. 25. ⅵ~ⅶ 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