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祝詩]
다시 육십 길목을 향하는 보행으로
― 玄同 河永晳 先生님 頌壽―
김주완
[1]
장정 육십명이 모여야 넘었다는
육십령 가파른 고갯마루를 등줄기로 거느린
소백산맥을 병풍 삼은 곳
경상남도 함양군 안의면
물빛 푸른 거기,
남으로 지리산 북으로 덕유산
동으론 가야산 서녘 먼 내장산
산 너머 산이 있고
고개 너머 고개가 있음을
바라보며 가꾼 순한 꿈이
이제
큰 나무와 높은 산으로 솟아
육십 길목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2]
왕대밭에 왕대 나느니
대처 대구로 나와 닦은 학덕이
안으로는 가업의 계승이었으며
밖으로는 미혹의 세상 곧추세우는
저 끝없는 사유의 눈 틔우기였으니
뜨거운 삶과 차거운 철학의 통로
그것은
虛有선생, 玄同선생 양대에 걸쳐 이룬
오!
학계의 홍복이며
문하의 은혜입니다.
아니,
영겁으로 흐를 청렬한 정신의 생존입니다.
[3]
큰 나무는
스스로 높이지 않으므로 더욱 높으고
깊은 산은
가리지 않고 보듬으므로 더욱 깊으며
천근 바위, 만길 바다는
말없는 침묵 가운데 더욱 넓어지느니,
거인 玄同선생님!
높고 깊고 넓은 선생님의 호수
그 황혼의 물가에
쪽빛 물감 뚝뚝 듣는 수채화로 서셔서
다시 육십 길목을 향하는 힘찬 보행으로
길이 정정하소서.
만세무강하소서.
―玄同 河永晳 敎授 回甲紀念論文集,『칸트와 현대철학』, 玄同河永晳敎授回甲紀念論文集刊行委員會, 1995. 5. 25. ⅵ~ⅶ 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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