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시 해설/기념시(기념시·인물시·축시·조시 등)

[송시] 경산대학교 소식지 <기린> 창간 / 김주완 [1995.06.05.]

김주완 2001. 2. 1. 11:15

경산대학교 소식지 <기린> 창간호 축시


<시가 있는 교정>


      내일이 부쳐 온 편지 / 김주완

                 -- 경산대학교 송시


세상엔 넘치는 뉴스

말이 말을 목 조르고

명분이 명분을 죽이고

시간이 시간을 요절내는

맹목의 익명들이 창궐해도,

경산벌 우뚝 솟은 산상

거기엔

청정한 바람 흐르는

꿈결같은 숲속

시원의 오솔길이 있음을 알겠습니다.


더 이상

그리움이 없이

저린 설레임도, 잔잔한 떨림도 없이

폐가처럼 먼지만 쌓이는

안내 표지판도 없이 막힌 도시의 차도로

경쟁하라, 경쟁하라 내몰기만 하는

오늘 이 세상으로,

그 곳의 눈부신 봄 한 다발

순한 민족의 투명한 정기 한 아름

상하지 않게 묶고 여미어

오롯이 보내 주십시오.


설사

홍수나 역질이 세상을 휩쓸거나

거대한 빙하기다 도래하여

나무란 나무는 모두 고사하고

날짐승, 길짐승, 물짐승이

문득 하나같이 사라진다 해도,

삼성산 푸른 산자락에는

도홍빛 자욱한 도원 너머로

생명의 근원이 세세년년 발흥하리니

큰 학문의 터전인

거기는 높은 하늘

오랜 어머님의 절절한 간원과

영험한 음덕이 있는 곳임을

오늘에야 비로소 알겠습니다.


<1995. 06. 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