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시]
개교 50주년 기념 『순심』 교지 권두시
회상
김주완
언 강 풀리고
두터운 물살 가르는
물풀의 휘인 허리를 내려다보며
내가 나를 깨닫기 시작하던
한나절,
개체는 외롭다는 걸 알았다.
수도원 농장
눈물겨운 탱자꽃 울타리를 지나
철길을 돌아나가는 긴 방죽길을 걸으며
한 때 모든 것을 유예하며 매달렸던
그러나 부질없는 사랑을 털어내던
오후의 히말라야시다 짙은 그늘에서
비정한 시간의 싸늘한 체온과
독도법 또는 은밀한 측정법을 배웠다.
얼룩무늬로 칠갑한 미군부대 북편
황량한 작오산 마루턱으로
그래도 가을이면 단풍물 젖어 내릴 즈음
삭막한 위성도시인
그곳에서 얻은 조금씩의
꿈과 수확과 미래를 곱게 싸서 품고
더러는 고향에 남고
더러는 대처로 나서면서
백합 순한 잎 아래 무심한
추억과 이름을 우리는 묻었다.
해 저물면
어스름 골목길로 몰려오던 서러움,
저린 피의 절절한 선홍빛을 빨아내며
앞서 가서 미리 가지는 긴 기다림과
되돌아가 오래 찾는 먼 회상을
내일을 향한 빠른우편으로 부치던 날,
짱짱 얼어붙은 하늘 깊이
파리한 자존심 한 점 심었다.
<1996.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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