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시 해설/기념시(기념시·인물시·축시·조시 등)

[신년시] 경산대학교신문 / 김주완 [1995.01.]

김주완 2001. 1. 17. 12:46

[신년 기념시]


       새해는


                김주완(철학과 교수)


새해는,

우리가 설령 벗은 나무로

겨울 벌판의 바람을 맞는다 해도

오히려 훈훈한 옷과 울이 되어

사랑의 연한 속씨 틔우는

말씀의 신령한 텃밭 깊이

기쁨의 나날이게 하소서


새해는,

혼미한 이 땅의 어지럼증으로

천상과 지상 그리고 지하에서

전도된 가치가 춤 추고

절망과 불의와 궁핍이 창궐한다 해도

정의의 글 한 줄 곧추서 밝은

희망의 나날이게 하소서.


오늘 우리가

동녘 산자락 위로 솟는

새 날 새 아침 새 해를 바라보며

분방한 가슴을 다스려 여미는 것은

인간이 인간으로 돌아오는 날

철갑의 욕심이 순한 양심으로 되돌아서는 날

취소할 말은 처음부터 하지 않는 예지의 날

그 때

비로소 세계가 열려지는 것임을

자율의 뿌리가 자유에 있는 것임을

오로지 믿어서이거니,


새해는,

수련 여린 꽃잎에도

가장 맑고 굵은 눈물이 담기고

가난함으로써 가난을 초월하는

염려함으로써 염려를 넘어서는

이론과 실천이 손잡고 하나가 되는

평화의 나날이게 하소서.


새해는,

압독벌 넓은 대학촌을 거느리고

이 높은 산상에 터 잡은

젊은 기상의 우리 경산대학교가

세계화 인간화의 두 수레바퀴를

화합과 인내의 참 동력으로 굴리며

삶 푸른 내일로 끌어가는

영광의 나날이게 하소서.


                <경산대학교신문 1995-신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