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철학연구 제100집, 대한철학회, 2006.11.30. 255~280쪽.에 수록되어 있음.
시의 정신치료적 기능에 대한 철학적 정초
김 주 완(대구한의대 교수)
[논문개요]
이 글은 시치료를 정신철학적으로 정위하여 그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신체치료와 정신치료의 개념을 구분하고 그 상관성을 밝힌다. 여기에는 정신과 신체는 그것이 인간의 정신이고 인간의 신체인 한에 있어서 반드시 상호작용하는 관계에 있을 것이라는 존재론적 가설이 전제된다. 다음으로, 현재 시술되고 있는 시치료의 학문적 영역과 임상적 방법을 개관하고 임상적 시치료의 모델을 설계하여 예시한다. 이 예시에는 필자의 시가 사용된다. 또한 시치료의 현황과 전망을 살펴봄으로써 시치료의 전체적 동향을 파악한다. 그리고 현재 시술되고 있는 시치료의 문제점을 점검함으로써 시치료의 과학화와 체계화의 필요성을 부각시킨다. 마지막으로, 시의 본질을 구명하면서 이를 정신치료적 기능으로 연결시킨다. 여기서는 앞에서 살펴본 시치료의 임상적 방법의 이론적 근거가 시의 본질에서 기인한다는 철학적 논의가 전개된다. 따라서 이 부분이 곧 이 글의 핵심이 된다.
* 주제분야 : 예술철학, 정신철학, 시치료
* 주제어 : 시치료, 정신철학, 신체치료, 정신치료, 시의 본질
1. 들어가며
‘시치료’(Poetrytherapy)1)라는 용어는 1950년대 미국에서 처음으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2). 용어의 사용은 명명이다. 하이데거적 표현을 빌려오면, “언어는 존재의 집”3)이며, 말해진 언어는 명명이고 따라서 명명은 존재를 현존하도록 한다. 그러니까 현존은 명명을 통하여 비로소 현존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명명 이전에도 이미 그것이 비록 이름은 없었을망정 존재했던 것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시가 치료에 사용된 역사는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러나 그 시원이 어디인가 하는 것은 이 글에서 문제 삼아야 할 논점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 글의 목적이 시치료의 역사적 배경을 밝히는데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글의 목적은 시가 가지는 정신치료적 기능을 철학적으로 정초하는데 있다. 시치료가 임상적으로 시술되고 있는 것은 아직 시작의 단계라고 할지라도 이미 상당한 범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철학적으로 정위하여 그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인 것이다. 이것은 철학의 본래적 임무에 해당한다. 왜냐하면 “현상에서 확증하는 것만이 철학에서는 주장될 수 있는 것”4)이며, 현실은 앞서 가고 철학은 뒤따라가는 정리 작업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먼저, 신체치료와 정신치료의 개념을 구분하고 그 상관성을 밝힌다. 여기에는 정신과 신체는 그것이 인간의 정신이고 인간의 신체인 한에 있어서 반드시 상호작용하는 관계에 있을 것이라는 존재론적 가설이 전제된다. 다음으로, 현재 시술되고 있는 시치료의 학문적 영역과 임상적 방법을 개관하고 임상적 시치료의 모델을 설계하여 예시한다. 이 예시에는 필자의 시가 사용된다. 또한 시치료의 현황과 전망을 살펴봄으로써 시치료의 전체적 동향을 파악한다. 그리고 현재 시술되고 있는 시치료의 문제점을 점검한다. 마지막으로, 시의 본질을 구명하면서 이를 정신치료적 기능으로 연결시킨다. 여기서는 앞에서 살펴본 시치료의 임상적 방법의 이론적 근거가 시의 본질에서 기인한다는 철학적 논의가 전개된다. 다시 말해서 이 부분은 곧 시의 정신치료적 기능이 어떻게 철학적으로 정초될 수 있는지를 구명하는 것이 된다.
2. 신체치료와 정신치료
의학은 ‘인간의 생명’을 다룬다. 생명은 생물의 공통적 속성이다. 그러나 인간의 생명은 인간 이외의 생물과는 다른 고유한 특성을 가진다. 인간의 생명은 동물적으로 살아있음 이상의 것이다. 인간의 생명은 심리와 정신까지도 포함한다. 살아있는 인간은 그 몸만 단지 살아있는 존재가 아니라 심리와 정신도 살아있는 존재이다.
니콜라이 하르트만은 살아있는 인간의 존재구조를 무기적 물질층 - 유기적 생명층 - 심리적 의식층 - 정신층의 사층으로 되어있는 성층구조로서 파악한다.5) 인간이 생명적 존재인 한 동시에 심리적 존재이며 정신적 존재라는 것이다. 활동하는 인간인 한에 있어서 생명 없는 심리나 정신이 있을 수 없고 심리나 정신없는 생명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보았을 때 “정신은 허공에 떠 있는 것이 아니다.”6) 심리를 토대로 하여 정신이 존재하고 생명을 토대로 하여 심리가 존재하며 무기적 물질을 토대로 하여 생명이 존재한다.
정신은 높은 층이고 생명은 낮은 층이다. 낮은 층은 강하고 높은 층은 약하다. “낮은 층에 대한 높은 층의 자율이 낮은 층에 의존하면서 성립한다.”7) 생명층ㆍ심리층ㆍ정신층은 각각 이러한 의존성과 자율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자율성이란 아래층의 속성과는 다른 신규자가 위층에서 새로이 생겨남을 의미한다. 의존성이란 아래층의 속성이 위층까지 벋어 올라와서 남아있음을 의미하며 아래층을 존재토대로 해서만이 위층이 성립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자율성을 독립성으로 보고 의존성을 연결성으로 본다면, 의학의 근거가 되는 것은 자율성이 아니라 의존성이다.8) 의존성이야말로 정신과 신체를 하나로 이어주는 고리이기 때문이다. 이 의존성이 정신과 신체를 상호 제약적으로 만든다. 신체가 정신에 영향을 주고 동시에 정신도 신체에 영향을 준다. 그러니까 정신과 신체의 존재론적 상호제약성이 의학의 성립근거가 된다는 말이다. 의학에서는 신체적 이상이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심리적 이상이 신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불치병 환자가 우울증에 걸릴 수 있고 심한 스트레스가 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의학에서는 정신과 심리를 특별히 따로 구분하고 있지는 않다. 심리에 의존하고 있는 정신만을 의학의 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심리로부터 독립된 자율적 정신, 예컨대 도덕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자유문제나 가치의 실현능력으로서의 의지문제 등은 의학적 치료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의학에서는 인간의 존재구조를 사층성으로 보지 않고 신체와 정신이라는 이층성으로 보고 있다.
질병의 원인 진단에서는 신체와 정신의 상호제약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치료에서는 전적으로 신체치료를 근본으로 하고 있는 점이 의학의 특성이다. 질병이란 어떤 원인에 의하여 심신의 전체 또는 일부가 장애를 일으켜 정상적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질병에는 감염성 질환과 비감염성 질환이 있다. 서양의학은 이상이 생긴 부위를 수술하여 제거하거나 혹은 교정한다. 또는 약물을 투여하여 화학작용을 일으키게 함으로써 질병부위를 정상상태로 되돌리고자 한다. 그것은 정신신경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뇌과학적으로 뇌에서 분비되는 화학물질의 작용에 의하여 인간의 심리는 즐거워지거나 슬퍼질 수 있고 나아가 우울증이 생길 수도 있다고 본다.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서 약물요법을 쓴다. 치료약이 신체에 화학작용을 일으켜서 뇌에서 분비되는 화학물질(호르몬)을 억제하고자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정신과 치료약들이 이러한 근거 위에서 개발된 것이다.
이러한 국소요법 또는 대증요법은 거기에 수반되는 부작용이 있다고 비판하면서 한의학9)은 신체의 전반적 기능을 항진시킴으로써 질병이 치유되게 하는 것을 시도한다. 물론 여기에도 치료약이 쓰이지만 보다 덜 가공된 생약(약초)을 쓰고 있다.
서양의학이든 한의학이든 신체치료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치료에 있어서의 주종은 약물이라는 점이 동일하다. 수술이든 약물이든 혹은 다른 치료방법이든 간에 그것들이 신체에 작용하게 함으로써 이상이 생긴 상태에서 정상의 상태로 되돌려 놓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았을 때 의학은 철저히 신체치료에 치중하고 있으며 다분히 유물론적 토대를 가지고 있다. 출발도 몸이고 목적도 몸이다. 따라서 신체치료는 <아래로부터 위로 이르는 치료법>이라고 할 수 있다.
반대극단에 정신치료가 있을 수 있다. 이것은 정신에 어떤 자극을 주어 심리적 이상을 회복하게 하거나, 심리에 일정한 변화가 일어나게 하여 신체적 이상을 회복시키는 치료법이라고 할 수 있다. 정신과 치료에서 보조적 방법으로 쓰고 있는 상담치료도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이 순수한 정신치료는 의학의 주종이 아니며 아직 출발도 제대로 되지 않은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신치료는 신체치료에 반해서 <위로부터 아래로 이르는 치료법>이다. 정신과 신체가 상호 제약적 관계에 있다는 굳건한 이론적 토대 위에 서 있는 치료법이다. 오늘날의 대체의학10)에서 관심을 가지는 여러 분야 중의 한 분야가 정신치료라고 할 수 있으며 시치료는 정신치료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정신치료의 근거를 관념론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11). 그러나 그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정신은 관념적 존재가 아니라 실사적ㆍ경험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3. 시치료의 동향
3.1 시치료의 영역
대체의학의 여러 분야 중 한 분야가 정신치료이며, 시치료는 정신치료의 일종(대체의학 > 정신치료 > 시치료)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시술되고 있는 시치료는 시와 심리학을 접목시킨 새로운 영역이다.
시치료란 정신적, 심리적, 신체적으로 불안정하거나 병리적인 내담자가 치료자로부터 시를 처방받는 상호작용을 통하여 안정을 되찾거나 병리적 증상을 제거하는 것을 말한다. 심리학적으로 말한다면, 내담자의 손상되고 미숙한 자아를 보다 건강한 자아로 회복하는 것이 시치료이다. 시치료에서 사용되는 방법은 물론 시가 주종이지만 이외에도 여러 가지 보조적 방법이 동원되고 활용된다. 노래, 미술자료, 행동자료(운동, 놀이), 영상자료(드라마, 영화, DVD, 슬라이드, 미디어 자료) 등, 내담자의 치료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이면 어떤 자료든지 시치료에는 활용될 수 있다. 편지, 일지, 독서, 이야기, 만들기, 의식(儀式) 등의 방법들도 아울러 치료과정에 응용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시치료는 독서치료와 거의 동의어로 쓰이고 있다.12) 그러나 독서치료의 외연은 시치료 보다 넓다. 독서치료가 유개념이라면 시치료는 종개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개념의 오용이 생길 수 있는 것은 아직 이 분야에서 개념의 분화가 정밀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그 외연이 부분적으로 상호 중첩하는 데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치료는 문학과 임상학의 경계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13)고 할 수 있으며, 독립된 치료영역을 가진다기 보다는 우선은 독서치료 영역에 포함되어 있으면서 독자적 전문성을 확보하려고 노력 중에 있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시치료 연구자들은 시치료의 가능성을 매우 넓게 보고 있다. 그들은, 질병의 치유뿐만 아니라 예방을 위해서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도 시치료가 활용될 수 있다고 한다.
시치료 연구자들의 기본입장은, 시는 어떤 부작용도 없는 자연 치료제라는 것이다. 이 약은 고통이나 질병을 억누르거나 감추는 약과는 다르다고 본다. 퍼지면서 자연치유 능력을 보강하도록 하는 자연요법이자 동종요법으로서의 힘을 시가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치료시의 일반적 요소로서 폭스는 음악적 언어, 감각적 지각력, 감정, 구체적 이미지 등을 들고 있다.14) 시치료 연구가들은, 치료시의 유의의성이 시의 완성도나 작품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시를 처방받는 내담자 개개인이 경험하는 정서적 체험에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해서 치료자가 처방한 어떤 시가 내담자 개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떠한 치료효과가 나타나는가에 따라서 치료시의 의의가 결정된다고 보는 것이다.
3.2 시치료의 임상적 방법(모델 예시)
시치료의 대상은 스스로 찾아와서 상담을 받고자 하는 내담자이다. “임상적 관점에서 시치료의 주요 관심사는 시가 아니라 내담자에 있다. 내담자에게는 주어진 시의 객관적이고 ‘참된’ 의미보다는 자신이 느끼는 주관적인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15) 그러니까 시는 치료자가 선정하여 내담자에게 처방하는 것이지만 내담자에게 치료효과가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내담자 중심으로 선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치료의 이론적 근거로서 열거할 수 있는 것은 심리학적 개념으로서의 <자기 표출>, <동일시>, <통찰>, <카타르시스> 등이다. 이것을 철학적 개념으로 압축한다면 <삶의 억압>과 <자기의식>, <자기 해방>이라고 할 수 있다.
시치료는 다양한 치료 상황에서 각각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여러 가지 다른 방법들을 사용할 수 있다. “시는 우리의 정서를 환기시키는 언어이다. 시치료는 치료를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언어영역을 사용한다. 즉, 다양한 양식으로 쓰인 기존의 시를 임상적으로 사용할 뿐만 아니라 독서치료, 이야기 심리학, 은유, 이야기하기, 글쓰기를 포함한다.”16) 시 읽어주기, 내담자에게 시 낭독시키기, 이야기하기, 노래하기, 글쓰기, 극기를 경험하고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적절한 운동하기 등 다양한 방법들이 시치료에 복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시치료의 실제모델은 다양한 층의 내담자들에게 서로 다른 기법들을 사용하는 포괄적인 시도이다.”17) 그러나 “시치료 그 자체는 앞으로 임상적 연구를 더 필요로 하는 분야이다.”18)
3.2.1 시치료의 실제모델
Mazza 교수는 시치료의 실제모델로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요소를 구성하여 제안한다.19) 수용적ㆍ처방적 요소(receptiveㆍprescriptive component)와 표현적ㆍ창조적 요소(expressiveㆍcreative component), 그리고 상징적ㆍ의식적 요소(symbolicㆍceremoniel component)가 그것이다.
<수용적ㆍ처방적 요소>는 시치료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방법 중의 하나이다. 치료자는 내담자에게 시를 처방한다. 그러니까 기존의 시를 읽어주거나 내담자로 하여금 읽게 함으로써 반응을 이끌어내고자 한다. 여기서 의도하는 것은 내담자의 감정을 시와 동일시하도록 하는데 있다. 이 기법의 변형된 형태로서 대중가요의 가사나 노래 테이프를 이용하거나 노래 부르도록 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임상치료자는 긍정적 결말로 된 시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 어떤 시를 선정할 것인가 하는 것이 임상치료자에게는 가장 어려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표현적ㆍ창조적 요소>는 글쓰기를 치료기법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내담자의 감정을 표현하고 질서감과 구체성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수단이 된다. 창의적 글쓰기에서부터 일기쓰기, 여행일지 작성, 편지쓰기 등이 모두 동원될 수 있다. E-mail을 이용함으로써 내담자의 대면치료 기피 심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창의적 글쓰기에서는 자유로운 글쓰기(자유주제, 자유형태)를 이용할 수도 있고, 문장 서두(“내가 외로울 때는 ”, “내가 바라는 것은 ”) 를 제시해 주는 구조화된 형태를 이용할 수도 있다.
<상징적ㆍ의식적 요소>는 은유(Metaphors), 의식(Rituals), 이야기하기(Storytelling) 등이 이용될 수 있다. ‘은유’에는 속담을 이용하여 치료효과를 얻는 방법이 포함된다. 소박한 예로서, 사업에 실패하여 심각한 심리적 위축에 처해 있는 사람에게 ‘재수 없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다’라는 속담을 깨우쳐 줌으로써 사업실패를 운수소관으로 돌리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의욕이 생기게 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의식(儀式)’은 사건의 확인과 변화의 증진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갖는다. 예컨대, 배신하고 떠나버린 여인을 잊지 못해 심각한 실의에 빠진 남자로 하여금 떠나버린 여인에게 꼭 하고 싶은 말 한마디를 종이에 쓰게 하고 그 종이로 종이배를 만들어 강물에 띄워 보내게 함으로써 사랑의 종말을 심적으로 정리하고 실의에서 벗어나 새 출발을 하도록 하는 방법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야기하기’는 자기의 문제를 표출하여 제거하는 치료적 효과를 갖는다. 말해 버림으로써 내담자의 속에 있던 답답함을 밖으로 내뱉어 버리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천주교에서의 고백성사는 치료면에서 이러한 효과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3.2.2 임상적 시치료의 모델 설계 예시
여기서 우리는 임상적 시치료의 모델을 가정하여 설계하여 본다.20)
(내담자)
직장에서는 부당한 해고를 당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랑했던 여인으로부터도 버림받은 30대 중반의 남자가 있다. 여인은 처음부터 이 남자를 사랑하지 않았으며 다른 남자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남자를 짬짬이 만나 주면서 그럭저럭 괜찮은 사이로 지났으며 자기가 다른 남자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감쪽같이 속여 왔다. 이 남자가 직장을 잃고 난 뒤에 비로소 이 여자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선언하면서 매몰차게 결별을 선언한 후 떠나 버렸다. 그때부터 자기 비하와 세상에 대한 혐오감 그리고 대인기피증이 생겨 이 남자는 방안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그러던 중 친구에게 이끌려 늦은 가을에 시치료를 받으러 왔다. 그는 지금 삶의 모든 의욕을 상실하고 있다. 수개월간 씻지 않은 채 온 몸에 악취를 풍기면서 거지같은 몰골을 하고 있으면서도 전혀 개의치 않고 있다. 그동안 집안에만 틀어박혀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면서 인터넷 게임에 몰두하던가, 아니면 아무렇게나 누워 멍하니 천정을 쳐다보면서 세상에 대한 증오만 키우고 있었다.
(치료계획의 설계)
주 2회씩 내원케 하여 시치료를 하되 전체 치료기간을 8주로 잡는다. 1주를 1회기로 하고 2회기를 1단계로 하여 총 4단계의 시치료를 시술하되 다른 보조적 방법들을 병행한다.
(1) 지지단계(1~2회기)
이 단계의 치료목표는 내담자의 입장을 지지하면서 내담자로 하여금 마음의 문을 열어 자기의 감정을 표현하도록 한다. 여기에는 다음의 시 2편을 회기별로 1편씩 사용한다.
혼자 있는 이유 / 김주완
내 코를 장악하는 오징어 냄새가 싫어서
영화관에 안 간다.
내용과 다른 이름들이 싫어서
백화점에 안 간다.
억지로 끌고 가는 반주가 싫어서
노래방에 안 간다.
인간 아닌 인간들이 싫어서
사람 모인 데 안 간다.
갈 곳이 없다.
혼자 있는다.
외로움 / 김주완
그대,
뼈 속을 스쳐가는 한기를 아는가
때 없이 눈물 철철 흐르며
마음을 갉아내는 서러움을 아는가
가슴에서 일어
휑하니 가슴으로 빠져 나가는
빈 골목의 허망한 바람 소리 아는가
깜깜한 절망 앞에서
보이지 않는 출구를 찾아 더듬거리는
극한의 답답함을 아는가
허허벌판 한 가운데
한 없이 작아지는 자아의
무량한 비통과 자기부정을 아는가
쓰러지는 영혼을 가누려
한 오라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빈사의 절박함을 아는가
사람들이 보지 않는 곳으로
영원히 숨어들고 싶은
내가 싫고 친구가 싫고 세상이 싫은
가을날
외로움의 정체를 아는가
그대.
사용방법은 치료자가 내담자에게 먼저 이 시들을 읽어 준다. 그리고는 내담자가 소리 내어 읽어보라고 한다. 그런 후에 느낌이 있으면 이야기 해 보라고 한다. 아무 반응이 없을 수도 있다. 집에 가져가서 생각나면 다시 읽어보라고 하면서 이 시를 내담자에게 준다. 내담자가 이 시의 내용을 자기와 동일시하여 공감한다면 치료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도 좋다. 2회기에 내담자에게 글을 써 오게 하여 내담자의 상태변화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내담자가 써 온 글을 같이 읽으면서 치료자가 진지하게 공감해 주어야 한다. 이 단계에서 내담자가 치료자에게 최소한의 신뢰라도 가지면서 단 몇 마디라도 자기의 감정을 표현하게 된다면 치료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 통각단계(3~4회기)
이 단계의 치료목표는 내담자의 통찰을 발전시키는 데 있다. 여기에는 다음 2편의 시를 사용한다. 사용방법은 전 단계와 같다.
아픔 / 김주완
아파보지 않은 자만이
아름다움을 말한다.
속에서 솟구쳐 오르는
찢어지는 아픔으로
꽃이 피듯
아름다움은 돋아난다.
간절히 보이고 싶을 때
치르는 계산법이다.
매몰차게 잘려져
밖으로 내쳐지는 아픔으로
낙엽 지듯
아름다움은 그렇게 바람이 된다.
버리고자 하는 자가
거둬들이는 계산법이다.
아름다움이란
결국
아픔의 다른 이름이다.
저녁나절 / 김주완
길은 시간 위에 있었다.
침침한 눈을 비비며
은행나무 숲을 지나
사람들이 길을 가고 있다.
저만큼 날이 저무는데
아직도
멀리멀리 돌아서 간다.
바라보면
서산 위에 숨 가쁜 노을
잠시 얹혀 있을 뿐인데
부질없는 내일이
가슴을 붙들고 있다.
내담자가 과거경험을 토대로 하여 실존적 통각을 하도록 하여야 한다. 과거의 구조가 인격구조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며 그것은 현재 문제와 어떻게 관련되는지를 치료자는 내담자에게 명료하게 해석해줄 필요가 있다. 이것은 시간의 정서적 측면과 관련이 있다. 4회기에 사용되는 뒤의 시는 누구든지 그의 삶에 있어서 “돌아서 간다”는 행을 포함하고 있다. 직장에서의 부당한 해고와 애인으로부터의 매몰찬 버림받음이 지나간 시간과 노력의 상실이고 그것이 자기 자신을 낙오자로 만들었다고 내담자는 믿고 있지만, 무언가를 잃는 것은 곧 새로운 것을 얻는 것이며, 설사 내일 또한 부질없을 수 있지만 내담자가 붙들어야 할 것은 그래도 내일이라는 생각이 내담자에게 들 수 있도록, 치료의 관심이 모아져야 한다. 4회기쯤에서는 ‘잘난 사람은 잘난 대로 살고 못난 사람은 못난 대로 산다’는 신신애의「세상은 요지경」이라는 대중가요를 같이 불러보는 방법을 병행해 볼 수도 있다. 길거리를 가거나 집에 있을 때도 콧노래를 불러 보라고 권유할 수도 있다. 이 단계에서는 요즈음의 자기 심정을 시로 써서 가져오라고 과제를 부과할 수도 있다.
(3) 행동단계(5~6회기)
이 단계의 치료목표는 자기신뢰의 회복과 당당한 의욕을 고취시킴으로서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데 있다. 여기에는 다음 2편의 시를 사용한다. 사용방법은 전 단계와 같다.
사랑 / 김주완
내가 주었을 때
너는 받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줄 수 있었다
언젠가
네가 받고 싶을 때가 된다면
그때
내가 너에게 줄 수 있을지는,
아니 네가 내게서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른다
지금은 모른다
네가 아니라 내가 모른다
우리가 서있는 지금 여기는
그때의 거기가 될 수 없으므로서이다
비가 오면 잠자리는 날아 오른다 / 김주완
비가 올 때
잠자리는 날아 오른다
부서져라, 부서져라
빗줄기에 온몸을 부딪치며
높이 높이 날아 오른다
앉아서 졸던 여린 가지를 떠나
넓은 나뭇잎 아래로 숨는 것이 아니라
당당히 결전의 장으로 나아가
투명한 날개로 빗줄기를 튕기며
단번에 수직으로 이륙하여 비행한다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빗줄기가 굵으면 굵을수록
악착같이 더 높이 비상하여 선회한다
위로 위로 올라야
빗줄기가 약해진다는 것을
놈은 일찍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5회기에 쓰일 앞의 시에는 해고당한 직장의 고용주와 떠나간 여인에 대하여 내담자가 대등하게 맞서거나 오히려 보다 높은 위치에서 그들을 질타하는 내용이 행간에 깔려 있다. 6회기에 쓰일 뒤의 시에서는 결연한 도전의 정신과 과감한 극복의 의지가 포함되어 있다.
이 단계에서는 직장의 고용주와 떠나간 여인에게 편지쓰기를 내담자에게 병행하여 시킬 수가 있다. 그리고 그 편지를 찢어서 강물에 흘려보내게 할 수 있다. 그것은 내담자의 자기존엄성의 회복이면서 동시에 지난날에 대한 결별의 의미가 될 수도 있다.
또 하나, 내담자에게 권유해 볼만한 일로는 등산이나 마라톤 등이 있을 수 있다. 세상은 넓고 내담자의 문제는 아주 보잘 것 없는 것이며 내담자 스스로 이제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하고 성취감을 맛볼 수 있게 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몸의 치료에 해당하는 이것은 <아래로부터 위로 이르는 치료법>을 병행하는 것이 되기도 한다.
(4) 통합단계(7~8회기)
치료의 종결단계인 이 단계의 치료목표는 지금까지 치료에서 얻은 것을 견고히 하는 데 있다. 여기에는 다음 2편의 시를 사용한다. 사용방법은 전 단계와 같다.
나무 ㆍ 1 / 김주완
버리고 갔으면 좋겠다
길섶에,
구름처럼
후둑후둑 비로 뿌리고
빈 몸으로 갔으면 좋겠다
아득한 돌밭길
인욕의 누더기를 벗어놓고
아무 이름 없이 갔으면 좋겠다
나무 ㆍ 2 / 김주완
바람이 불면 흔들렸다
버티다 버티다 끝내 흔들렸다,
비가 오면 온 몸을 적셨다
빨아들이고 빨아들여도
그래도 남는 물은 흘려보냈다,
싹을 틔우고 잎을 피워서
가을이면 해마다 떠나보냈다
다가온 때를 어김없이 슬퍼하면서,
온몸에 얼음꽃이 달라붙을 때
죽음을 예감하며 설레었다
몽롱한 잠시간의 황홀이었다,
나는 평생 제 자리를 지켰다
공로도 노고도 아닌 것을,
남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을 나를
지우고 싶었다, 깡그리
이 단계에서 사용할 두 편의 시는 지나간 시간의 모든 부담을 벗어 버리고 지난날의 일들을 달관으로 결별함으로써 다시 제 자리를 찾아 새로운 시대를 시작하라는 암시를 주기 위하여 선정된 것이다. 그것은 분열되고 괴멸되어가던 자아의 재통합을 이루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7회기에 쓰일 앞의 시에는 지난 시간의 족적을 버리고 다시 ‘빈 몸으로’간다는 행이 포함되어 있고, 8회기에 쓰일 뒤의 시에는 보낼 것은 ‘떠나 보낸다’는 행과 남은 기억의 흔적 또한 ‘흘려 보낸다’는 행이 포함되어 있다.
이 단계에서 치료자는 내담자에게, 미래에 다시 다가올 수 있는 상실, 좌절, 성공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물어볼 필요가 있다. 정신의 자기 실행능력으로서의 내담자의 의지력과 매 상황마다 해야 하는 판단과 결단의 잣대가 될 가치관이 어떻게 변모해 있는가를 확인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것은 다음에 있을 또 다른 내담자의 시치료에 있어서 참고자료가 될 수 있으며 치료시 선정의 준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5) 첨언
4단계로 설명한 이 부분(3.2.2)은 임상적 시치료의 모델을 설계하는 하나의 예시에 불과하다. 반드시 이러한 단계구분을 하여야 하는 것도 아니고 여기서 제시되고 있는 여러 가지 치료방법을 이와 똑 같이 병행하여야 하는 것도 아니다. 치료자는 다양한 내담자의 문제 상황과 그가 가진 기질 및 성격 등을 고려하여 유연하고도 순발력 있게 그때그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처방적 치료를 하면 되는 것이다. 여기서의 예시는 시치료 계획을 수립하는 절차와 방법에 대한 이해를 돕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조잡하고 치졸함을 무릅쓰고 제시해 본 것에 불과하다. 단계별로 제시한 시작품도 반드시 그 단계에 적절하다고는 할 수 없다.
예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시치료 자체도 아직은 미완성의 상태에서 서성이고 있다. “불가피하게도 다른 모든 치료와 마찬가지로 시치료는 미완성으로 남는다.”21)
3.3 시치료의 현황과 전망
한국에서의 시치료는 이제 갓 도입기와 태동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에 반해 미국은 이미 5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시치료가 상당히 확산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치료의 연구지층이 이미 견고해지고 있으며 임상치료도 보편화되고 있는 것 같다. 미국 이외에 몇 개 나라에서도 시치료의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임상적 시술 또한 상당히 보급되고 있는 것 같다. “시치료에 대한 논문이 나오는 나라들로 영국, 베네수엘라, 일본, 독일,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스라엘이 있다.”22)
최근 들어 한국에서도 소수의 정신과 병동에서 시치료가 임상적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시치료 이론이나 표준화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태이기에 다소의 방법적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헌연구는 물론 임상실험을 통한 연구사례 또한 매우 부족한 실정이며 관련단체23) 또한 매우 적다. 현재 한국에서 시치료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소수의 학자들은 교육심리학, 상담심리학, 유아교육학, 아동학 전공자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국문학 전공자도 일부 가담하고 있다. 최근에는 독서지도학전공이나 의과대학원 등에서 석사논문24) 들이 이제 갓 나오고 있다.
한국사회의 선진화 속도가 빠른 만큼 앞으로 시치료도 급속히 보급되고 보편화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각 대학마다 시치료 전문인 양성을 위한 학과들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런 전망을 해볼 수 있다. 수요 있는 곳에 공급이 따르기 때문이다.
3.4 문제점과 개선방안
시치료에서는 시적 완성도나 작품성 보다는 내담자의 정서적 체험과 반응을 더욱 중요시 한다. 치료효과라는 실용성에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입각점이 반드시 타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 의학에서는 치료효과가 높더라도 심각한 부작용을 수반하는 약물이라면 사용을 금지한다. 마약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 부분에 있어서 우리는 이러한 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시적 완성도가 낮다고 해서 내담자의 정서적 체험이나 반응이 더 좋게 나온다는 보장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완성도가 높은 작품일수록 더 많은 감명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보편적 타당성을 가지는 것은 아닐까? ‘난해란 시일 수록 좋은 시이다’라는 잘못된 선입견을 가지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뿐만이 아니다. 어떤 문제를 가진 사람에게 어떤 시를 읽도록 할 것인가 하는 것을 표준화 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내과의사는 만성위염이 있는 환자에게 먹는 감기약 처방은 하지 않는다. 위염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 내과의사는 내복약 대신에 주사를 처방한다. 과연 시치료사나 시치료전문가는 내담자의 증세와 개인적 체질적 특성에 따라 각각 다르게 처방할 수 있는 시들을 분류하고 표준화하여 보유하고 있는가? 이것은 거의 불가능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섣부른 시의 처방은 오히려 내담자를 심각한 위기에 몰아넣을 수도 있다. 실연을 하여 고통 받고 있는 사람 중에는 의지력이 강한 사람도 약한 사람도 있을 수 있으며, 실연의 고통이 경미한 사람도 심각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적합하게 처방되지 않은 시치료는 어쩌면 이들에게 더욱 심각한 고통과 회의를 불러 일으켜 자살에까지 이르도록 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문제들을 포함하여 우선 소박하게 시치료 분야의 제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해 본다면, 우리는 근원적 문제와 제도적 문제로 나누어 접근할 수 있다.
근원적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으로는, 1) 전문가 양성이 시급하다. 2) 기초이론의 정립, 활발한 연구와 연구결과의 축적으로 학문적 체계화를 수립하여야 한다. 3) 치료시의 임상적 처방에 있어서 국제적인 표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4) 내담자의 문제 상황에 따라 치료자가 각각 달리 처방할 수 있는 치료시의 데이터베이스화가 필요하다. 5) 충분한 임상실험을 통한 과학적 검증이 필수적이다.
제도적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으로는, 1) 시치료 전문가 자격관리 주체가 현재의 민간단체에서 앞으로는 국가기관에 귀속되는 방향으로 변경되어야 한다. 2)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는 대학 내의 학과 개설이 필요하다. 3) 시치료 연구의 활성화를 위하여 연구비를 집중 배정하는 등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 4) 시치료를 전문적인 의료행위로 인정하고 관리하기 위한 의료법 개정이 필요하다.
4. 시의 본질과 정신치료적 기능
시의 정신치료적 기능은 시의 본질특성에서 연유한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명제들에서 시가 가진 본래성으로서의 정신치료적 기능을 이끌어 낼 수 있다.
1) “시적 언어는 다의적이면서도 일의적이다.”25) 따라서 독자는 시를 읽음으로서 언표된 것 속에서 언표되지 않은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는 보지 못하는 것, 자칫하면 사라지고 말 그것을 시를 통해서 현실적으로 볼 수 있게 된다. 이것은 유폐된 정신의 문을 열고 개방된 공간으로 우리의 사유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함으로써 치료적 기능이 될 수 있다.
2) “사상적 저작물은 반성적 이해를 요구하는데 반해 시는 직관적 이해를 요구한다.”26) 시가 요구하는 직관은 단순한 직관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예술적으로 보는 직관이다. 예술적으로 본다는 것은 여러 가지가 합쳐진 것을 모두 보는 것을 말한다. 예술작품으로서의 시 속에 담겨져 있는 여러 가지를 비교ㆍ분석ㆍ종합ㆍ정리ㆍ검증하여 아는 것이 아니라, 한 순간에 한꺼번에 알아차리는 것이 시의 직관적 이해이다. 시를 통한 직관적 이해를 통하여 우리 속에 있는 말할 수 없는 것을 우리는 한 순간에 즉각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다. “시는 설명이나 이성으로 건드릴 수 없는 인생의 절단 부분을 다룬다. 공백의 용지라는 개방적인 속성으로 인해 상처를 드러내는 실험을 할 수 있다.”27) 직관적 이해는 통찰이라는 치료적 기능을 할 수 있다.
3) “시는 저울질 할 수 없는 심령적인 것을 이에 못지않게 저울질 할 수 없는 감성적인 것을 통하여 제공한다.”28) 심령적인 것은 심리적이면서 영혼29)적인 것을 의미한다. 심리적이고 영혼적인 것은 다른 도구로는 측정할 수 없다. 다만 시를 통해서만 우리는 그것들에 접근할 수 있다. 그것도 마찬가지로 측정할 수 없는 시적 감성을 통해서만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우리 속에 있는 심리적 문제 상황은 시를 통해서만 명료해질 수 있다. 혼란한 가치관이나 심리적 상태가 시를 통해서 치유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여기서 나온다.
4) “시인은 사람들이 일상용어로 말할 줄 모르는 것을 말한다.”30) 시인은 ‘언어를 형성하고 창조하는 자’, ‘보는 사람’, ‘투시하는 자’, ‘밝혀내는 자’이다. 달리는 말해질 수 없는 것을 시에서는 말할 수 있다. 시는 과학이나 철학이 말할 없는 것을 말할 수 있다. 시인은 언어를 관습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독창적으로 파악하고 다른 의미를 부여하여 안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를 통하여 우리의 시야는 새로이 개안되고 새로운 세계를 우리가 경험하게 된다. 세계의 변화는 곧 질병의 치료로 직결될 수 있다.
5) “시는 일상의 파편 아래 숨어있는 것을 드러낸다.”31) 우리는 시 속에서 현실적으로는 볼 수 없는 낯 선 세계를 들여다본다. 그것은 시인이 건설해 놓은 세계이다. 그러나 우리는 시인이 건설해 놓은 세계만을 보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시 속에 우리 자신의 것을 집어넣는다. 우리는 시인을 뒤따라가는 추창작자(追創作者)가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시에서 주어지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시 속에서 본다. 우리 자신도 의식하지 못했던 우리 속의 것을 끄집어내어 새로운 것으로 만든다는 것은 곧 치료적 기능이 된다.
6) “시는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는다.”32) 시가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는다는 것은 곧 보다 많은 것을 말하는 것이다. 상징과 은유는 무한한 세계를 지향한다.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그것들은 끝없이 다른 것으로 재생될 수 있다. 환언하면 우리가 필요한 방향에서 우리는 시를 받아들일 수 있다.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치료약이다. 따라서 환자가 시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곧 치료약을 받아들이는 것이 된다.
7) “인간의 삶은 언어 속에 갇혀 있다. 언어를 통해서만 인간은 세계를 이해할 수 있고 언어가 매개해 주는 대로만 사물을 지각할 수 있다.”33) 시적 언어는 시적 세계를 우리에게 매개하여 준다. 시를 읽으면서 우리는 시적 세계 속으로 들어가 그 안에 거주하게 된다. 시적 세계에 거주하는 것은 곧 일상세계에서 해방되는 것이고 일상세계를 초월하는 것이다. 일상적 삶의 세계 속에서 생긴 질병은 그 세계를 벗어남으로써 질병으로부터도 벗어날 수 있다. 이것이 곧 시가 본래적으로 가지는 치료적 기능이다.
8) “우리가 한 언어를 지배한다고 일컫는 것은 오히려 언어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는 것이다>”34) 일상생활에서 인간은 기존의 세계를 받아들이고 이해할 뿐이지 그것이 기존의 세계라는 것을 의식하지는 못하고 있다. 일상적 시각은 사물 자체를 보는 것이 아니고 이용가치만을 본다. 그리고 그것이 전부인줄로 안다. “인간은 언어 자체를 알지도 못한 채 그 언어 속에서 생활하고 그 언어를 신뢰하고 있는 것이다.”35) 이와 같이 언어의 일상성과 폐쇄성 속에 유폐되어 있는 인간의 사유를 해방시켜 주는 것이 시적 언어이다. 시는 일상적 무의식과 자기욕구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킨다. 요컨대 일상적 언어와 개념적 언어는 인간을 구속시키는 것임에 반해 시적 언어는 인간을 해방36)시킨다. 억압된 사유를 해방시킬 수 있는 시의 본질특성은 곧 정신치료적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9) “말해진 말은 현실을 변화시키며 새로운 현실을 창조한다.”37) 말은 말해짐으로써 현실을 변화시키는 힘을 발휘한다. 욕설, 저주, 축복, 약속 등이 좋은 예이다. 이 경우 말이 선행하고 현실이 뒤따른다. 환언하면 말해진 말은 미래에 어떤 일이 생기도록 하는 힘을 발휘한다. 시치료에서 시를 큰 소리로 읽을 것을 요구하는 것은 말이 가진 이러한 힘에 의존하는 것이다. 따라서 눈으로 읽는 것 보다는 큰 소리를 내어 읽는 것이 더 큰 치료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시에는 더욱 불가사의한 힘이 잠재하여 있다. “시는 일상어가 지니지 못하는 효과를 나타내며 구체적으로 느끼게 한다.”38) “시의 힘은 근본적으로 이 세상의 어떤 힘과도 다른 성질의 것이다. 이 힘은 어떤 다른 외형적으로 더 강한 힘과도 아무런 갈등을 가지지 않으며, 그와 반대로 아주 힘없고 조용하고 그러면서도 물리칠 수 없는 위력을 가지고 그 효과를 나타낸다.”39) 이런 의미에서 시적 언어는 조용하고 강력한 힘으로 우리의 정신을 순화시킨다. 삶과 마음과 정신의 전환을 조용하고도 강력하게 가져오는 바로 이 기능이 시의 정신치료적 기능이 된다.
이러한 9가지의 명제를 하나로 종합한다면 우리는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시인의 말들은 인간을 자신의 편견 속에서 해방시키고, 또한 인간의 상업적이고 이기적인 관심을 잠자게 하며, 인간으로 하여금 모든 사물의 숨겨진 본질을 밝혀주고, 그 속으로 또한 우리 자신 스스로를 완전히 변화하게 해주는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끔 강요하고 이끈다.”40) 온전하지 못한 것 속에서 온전한 것을 노래함으로써 하나의 새롭고 완전한 세계를 건설해 내는 “시인들의 언어는 엄격한 의미에 있어서 예언하는 언어이다.”41) 그런 한에서 시인들은 “신들과 인간들 사이의 그 중간에 내던져져 있는”42) “반신(半神)”43)들인 것이다.
5. 맺으며
현재 시술되고 있는 시치료는 심리학과 접목되어 있으며, 독서치료와 거의 동의어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 초보적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학문적 체계도 이루어져 있지 않다. 시치료는 치료효과라는 실용성에 중점을 둠으로써 시적 완성도나 작품성 보다는 내담자의 정서적 체험과 반응을 더욱 중요시 한다. 그러나 이러한 입각점이 반드시 타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 보다 충분한 임상실험과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시의 정신치료적 기능은 위(4)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시의 본질에서 연원한다. 동시에 “시는 언어에 의한 존재의 건설”44)인 한, 시가 가지는 정신치료적 기능의 연원은 언어에까지 소급될 수 있다. 그런데 언어는 곧 정신45)이다. 시적 언어가 언어 중의 언어인 한, 동시에 그것은 정신 중의 정신이라 할 수 있다. 시인은 시 속에서 일상어를 사용하지만 일상어와는 다른 의미로 구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았을 때, 시치료는 설사 심리학과 접목된 영역이라고 하더라도 근본적으로는 정신철학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고 시치료의 기능은 정신에서 연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의학적 치료, 그러니까 <아래로부터 위로 이르는 치료법>이 보다 강력한 치료법인 것은 사실이고 뿐만 아니라 계속하여 발전을 거듭하면서 인간의 질병치료를 주도해 갈 것도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로부터 아래로 이르는 치료법>,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대체의학이라고 부르는 영역에 있어서의 한 가지 치료법인 시치료가 정신의 힘으로 심리적 이상을 고치고 심리의 힘으로 신체의 이상을 고칠 수 있다고 한다면 이러한 치료법 또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부정할 수 없다. 만약 후자가 전자에 버금가는 치료효과를 낼 수 있게 되거나 혹은 전자를 앞질러 갈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이상적인 상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전자가 가지는 신체적 거부반응이나 부작용 같은 것이 후자에서는 없을 것46)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자가 반드시 유념해야 할 것은, 초인간적인 신비의 영역으로 넘어가 버리거나 주술이나 무속에 의지하는 그러한 경계선을 절대로 넘어 나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환언하면 위로부터 아래로 이르는 치료법으로서의 시치료의 과학화와 체계화가 필요하다는 말이 될 수도 있다.
시치료가 제대로 된 치료법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위(3.4)에서 언급된 문제점이 하나하나 해소되어야 한다. 나아가 시치료가 의학의 한 축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기초이론의 지속적인 연구와 축적이 필요하며 충분한 임상실험을 통한 과학적 검증이 밑받침 되어야 함은 물론,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시술체계가 확립되어야 한다.
시치료라는 분야는 이제 막 출발선으로 나서려고 하는 단계에 와 있다. 시치료에 있어서의 모든 것이 지금은 단지 가능적으로만 있는 것 같다. 가능성이 현실성과 필연성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관심과 노력과 시간에 전적으로 제약되어 있는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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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olai Hartmann, Ästhetik(1953). 2 Aufl. Berlin 1966.
Nicolai Hartmann, Das Problem des geistigen Seins, Untersuchungen zur Grundlegung der Geschichtsphilosophie und der Geisteswissenschaften(1933), 3 Aufl. Berlin 1962.
Nicolai Hartmann, Der Aufbau der realen Welt, Grundriss der allgemeinen Kategorienlehre(1940), 3 Aufl. Berlin 1964.
Lerner A, "Poetry therapy comer", Journal of Poetry Therapy, 1987.
<Abstract>
The Philosophical Cornerstone about the Function of Poetry as the Therapy for Spirit
Kim, Ju-wan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make the Poetry Therapy located Spirit-philosophically and provide the theoretical basis of it. To do this, at first, the concept of the therapy for body and the therapy for spirit is distinguished from each other and the correlation between them is established. Here, there is the premise of the ontological hypothesis that the spirit and the body must interact with each other as long as the spirit is Human's spirit and the body is Human's body. Next, the field of scholarship and clinical methods of Poetry Therapy that is now being performed are surveyed. And the model of clinical Poetry Therapy is designed and illustrated. Poems of the writer of this study are used here. Also, the overall tendency of Poetry Therapy is got hold of by going through the present condition and the prospect of Poetry Therapy. And the necessity of scientification and systematization of Poetry Therapy is highlighted in this study by examining the problems of Poetry Therapy that is now being performed.
Finally, the Substance of Poetry is investigated and is connected to the function of the therapy for spirit. In this part, the Philosophical discussion, that the theoretical basis of clinical methods of Poetry Therapy-which are examined above- is stemmed from the Substance of Poetry, is built up. Therefore this part is the very core of this study.
Key Words : Poetry Therapy, Spirit Philosophy, Therapy for Body , Therapy for Spirit, Substance of Poe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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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oetrytherapy(시치료)는 ‘poetry(시)’와 ‘therapeia(도움이 되다, 의학적으로 돕다, 병을 고쳐주다)’의 합성어이다.
2) ‘시치료’(Poetry Therapy)라는 명칭을 처음으로 사용한 사람은 미국의 Grifer이다. 그는 시인이자 변호사였고 뉴욕의 Creedmoor State 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약사였다. 처음에 그리퍼는 ‘Poem Therapy’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그리퍼는 Leedy라는 심리학자를 만났고, 리디의 제안에 따라 ‘Poetry Therapy’로 명칭을 바꾸어 쓰게 되었다. 둘은 함께 시치료 그룹을 만들었다. 1969년 두 사람을 중심으로 하여 시치료협회(APT)가 설립되면서부터 시치료는 공식적으로 알려졌고, 1971년부터 매년 뉴욕에서 학회가 열리기 시작했다. APT는 1981년에 ‘미국시치료협회’(NAPT)로 확대 되었고 그때부터 매년 미국 전역을 돌아가면서 학회가 열리게 되었다.(Nicholas Mazza 저, 김현희 외 역,『시치료, 이론과 실제』(서울 학지사, 2005), 29~30쪽 참조.)
3) M. Heidegger, Holzwege(1950), Gesamtausgabe 6 : Vittorio KlostermannㆍFrankfurt a. M. 1950. S. 286.("Wozu Dichter?") / M. Heidegger, Unterwegs zur Sprache(1959), Gesamtausgabe 12 : Vittorio KlostermannㆍFrankfurt a. M. 1985. S. 267.("Der Weg zur Sprache")
4) Nicolai Hartmann, Das Problem des geistigen Seins, Untersuchungen zur Grundlegung der Geschichtsphilosophie und der Geisteswissenschaften(1933), 3 Aufl. Berlin 1962.(이하 PdgS.로 약기함) S. 19.
5) Nicolai Hartmann, Der Aufbau der realen Welt, Grundriss der allgemeinen Kategorienlehre(1940), 3 Aufl. Berlin 1964. S. 183. 참조.
6) PdgS. 16.
7) PdgS. 17.
8) 여기서 자율성은 윤리적ㆍ정신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속성으로 이어지고 의존성은 생명적ㆍ신체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속성으로 이어진다.
9) 서양에서는 한의학을 대체의학에 포함시킨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한의학을 서양의학과 대등하게 법적으로 인증하고 있다. 서양의학과 한의학 외의 다른 의술을 한국에서는 대체의학으로 간주한다.
10) 대체의학(代替醫學, alternative medicine)이란 현대의학의 주류인 서양의학을 정통의학으로 간주했을 때, 그 정통의학의 반대되는 개념. 보완의학, 비정통의학, 제3의학, 전인의학, 자연의학 등을 말한다. 대체의학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1992년 국립보건원(NIH) 산하에 대체의학연구위원회를 두고 이에 관한 연구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미국 국립 보완대체의학 연구소에서는 대체의학을 <다양한 범위의 치료 철학, 접근 방식, 치료법들을 포괄하는 것으로 의과대학이나 병원에서 일반적으로 교육하거나 사용하지 않고, 의료보험을 통해 수가가 지급되지 않는 치료나 진료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미국국립보건원에서는 대체의학을 (1) 정신 신체 치료(예; 최면, 바이오피드백, 명상, 요가, 이완요법) (2) 생전자기장 치료(예; 경피신경자극) (3) 대체의학 체계(예; 한의학, 인도의학, 동종요법) (4) 손 치료(예; 마사지, 카이로프랙틱) (5) 약물 치료(예; 상어연골제품, 봉독) (6) 약초 치료(예; 인삼, 은행잎 추출물) (7) 식이와 영양 요법(예; 비타민 대량 투여, 제한식이)의 7가지로 나누고 있다. 현재 대체의학에 관한 연구는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http://terms.naver.com/item.php?d1id=7&docid=1759 참조)
11) 어떤 의미에서는 심령치료나 무속적ㆍ주술적 치료가 관념론과 어느 정도 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무당의 굿이나 사이비 종교에서 흔히들 하고 있는 기도치료법 등이 이와 유사하다. 심령치료나 무속적ㆍ주술적 치료는 인간을 초월하여 있는 어떤 절대적 존재(영적 존재)의 힘을 끌어와서 병을 치료하고자 한다. 이러한 영적 존재는 인간의 신체에서 유리된 초경험적 존재임에 반해, 우리가 여기서 이야기 하고 있는 정신은 인간의 신체에 의존하여 있는 경험적 존재이다. 따라서 심령치료나 무속적ㆍ주술적 치료에는 미신이 개입하게 된다.
12) Nicholas Mazza(김현희 외 공역),『시치료, 이론과 실제』, 6쪽. 참조.
13) Nicholas Mazza(김현희 외 공역),『시치료, 이론과 실제』, 218쪽. 참조.
14) John Fox(최소영 외 옮김),『시치료』(서울 시그마프레스(주), 2005), 9쪽. 참조.
15) Lerner A, "Poetry therapy comer", Journal of Poetry Therapy, 1987, p. 54.
16) Nicholas Mazza(김현희 외 공역),『시치료, 이론과 실제』, 12쪽.
17) Nicholas Mazza(김현희 외 공역),『시치료, 이론과 실제』, 45쪽.
18) Nicholas Mazza(김현희 외 공역),『시치료, 이론과 실제』, 같은 쪽.
19) Nicholas Mazza(김현희 외 공역),『시치료, 이론과 실제』, 45-55 쪽.
20) 이 설계는 Nicholas Mazza(김현희 외 공역),『시치료, 이론과 실제』, 62-68쪽의 모델을 차용하여 다소 변형한 것임.
21) Nicholas Mazza(김현희 외 공역),『시치료, 이론과 실제』, 67쪽.
22) Nicholas Mazza(김현희 외 공역),『시치료, 이론과 실제』, 218쪽.
23) 현재 한국의 시치료 관련단체 현황은 대개 다음과 같다.
한국시치료연구소(Korean Institute of Poetry Therapy) http://poetrytherapy.or.kr
한국독서치료학회(Korean Association Bibliotherapy) http://www.bibliotherapy.or.kr
한국독서치료학회는 2003년 3월에 창립하여 2004년 2월부터 년 1회 자격시험을 실시하고 있으며, 독서치료사 및 독서치료전문가 자격 관리를 하고 있다
이외에 경북대학교 대학원 학제간협동과정 문학치료학과 석, 박사과정이 개설되어 있고 경기대 국제문화대학원 독서지도학과가 있다. 그 외의 각 대학 부설 사회교육원의 단기 과정을 중심으로 하여 독서치료관련 강의가 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24) 최소영,「시치료가 정서지능 향상에 미치는 효과성 연구」, 경기대 국제문화대학원 석사논문, 2004.
현윤이,「정신과 환자에 대한 시치료 활용에 관한 연구」, 숭실대 대학원 석사논문, 1992.
25) M. Heidegger, Unterwegs zur Sprache(1959), S. 267.("Der Weg zur Sprache")
26) Nicolai Hartmann, Ästhetik(1953). 2 Aufl. Berlin 1966(이하 Ä.로 약기함). S. 93. 참조.
27) John Fox(최소영 외 옮김),『시치료』, 24쪽.
28) PdgS. 443.
29) 영혼은 심리적 존재도 정신적 존재도 아니다. 그러면서도 그것은 심리와 정신에 어떤 작용을 일으키는 주체적 존재로서 두 존재층에 걸쳐있으며 ‘설명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신비적인 힘을 가진 그 무엇’이라고 할 수 있다. 하르트만에 따랐을 때, 영혼은 실사세계와 인간의 사층성 구조 내에서 어떤 하나의 고유한 계층을 차지하는 존재가 아니며 다만 형이상학적ㆍ가설적 존재의 성격을 가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30) Ä. 175.
31) Ä. 152. 참조.
32) PdgS. 442. 참조.
33) O. F. Bollnow(한국철학회 편),『현대철학의 전망』(서울 법문사, 1967), 86쪽. 참조.
34) PdgS. 215. 315.
35) W. 비이멜(백승균 역),『하이데거의 철학이론』(박영문고 217, 서울 박영사, 1980), 221쪽.
36) 물론 해방은 새로운 구속을 예비한다. “모든 해방은 구속을 대가로 해서만 얻어지는 것”(PdgS. 546)이기 때문이다. 시를 통해서 해방된 정신은 영원한 해방을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시 일상성으로 되돌아 왔을 때 인간은 마찬가지로 폐쇄성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시간적 경과에 따른 시적 세계의 일상화 내지는 속화도 이에 해당한다. 그런 의미에서 시의 정신치료적 기능은 본질적이지만 치료효과는 유효기간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약품을 복용했을 때 일정한 시간 동안 지속되는 약효와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37) O. F. Bollnow(한국철학회 편),『현대철학의 전망』, 87-88쪽. 참조.
38) Ä. 102-103.
39) O. F. Bollnow(한국철학회 편),『현대철학의 전망』, 22쪽.
40) O. F. Bollnow(한국철학회 편),『현대철학의 전망』, 22쪽.
41) M. Heidegger, Erläuterungen zu Hölderlins Dichtung(1944), Gesamtausgabe 2:Vittorio Klostermann · Frankfurt a. M. 1977. S. 108. ("Andenken")
42) M. Heidegger, Erläuterungen zu Hölderlins Dichtung(1944). S. 43. ("Hölderlin und das Wesen der Dichtung")
43) M. Heidegger, Erläuterungen zu Hölderlins Dichtung(1944). S. 139. ("Andenken")
44) M. Heidegger, Erläuterungen zu Hölderlins Dichtung(1944), S. 38.("Hölderlin und das Wesen der Dichtung")
45) 하르트만에 따랐을 때, ‘언어(말) 그 자체’는 객관적 정신이다. 그리고 ‘말하는 말(언어)’은 주관적 정신이고 ‘말해진 말(언어)’은 객체화한 정신이다. 이 세 가지 정신은 병렬적이지만 상호간에 긴밀한 연관을 가지고 있으며 최고 존재로서의 인간의 특성을 규정하는 것이 된다.
46) 물론 <위로부터 아래로 이르는 치료법>으로서의 시치료가 어떤 경우에도 부작용이 없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우선은 임상효과가 있는 시라고 하더라도 그 시가 내담자의 의식 내에서 상당한 시간을 거치면서 잘못된 가치관이나 성격파탄의 배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여기서의 시치료는 현재 시술되고 있는 시치료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이론적 체계가 수립되고 유의미한 임상실험 결과를 토대로 하여 전문적으로 시술되리라고 보는 미래 시점의 시치료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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