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완 교수의 아침산필 (57)>
가시연꽃
가련한 모습이 보고 싶거던
연밭으로 가거라
울컥울컥 피를 토하듯
그리움이 솟구쳐 오르거던
해평 금호 연지로 가거라
까칠하게 한으로 돋은
가시연꽃이 거기 있느니
물 아래 발 담그고
둥둥 떠서 그대 기다리고 있느니
손대지 말고 가만히
보고만 오거라
한때 속으로 품었다 하더라도
그대는
처음부터 연못이 아니었으니
송곳으로 솟은 그 가시
상하지 않게 하거라
― 졸시, <가시연꽃> 전문
♧ 가시연꽃은 가련하다. 그리움이거나 혹은 한(恨) 같은 것이 얼마나 깊이 맺혔으면 저리 흉흉한 가시를 달았을까. 핏빛 꽃을 못내 피우고 있을까. 뾰족한 그 가시들을 말없이 가슴에 품고 있는 연못은 위대하다. 다치지 않게, 상하지도 않게 연못처럼 안을 수가 없다면 아예 그 가시에 손대지 말 일이다. 상처 받고 딱지 앉는 겉과는 달리 굵은 가시 속으로 돋아나는 우리들 내면의 모습이 가시연꽃에 어려 있다. 영혼을 구원하는 신앙은 그래서 연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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