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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완 교수의 아침산필 51] 풀잎 5 [칠곡인터넷뉴스]

김주완 2009. 7. 4. 16:21

 

<김주완 교수의 아침산필 (51)>

 


       풀잎 5

 

머릿결처럼 풀잎들이 가지런히 누워 있다

누군가 머물다 간 흔적이다

풀잎들의 몸을 짓이기면서 한바탕 법석을 떨고 간

광란의 뒤끝은 허탈하다


바람이 와서 쓰러진 풀잎들을 연신 깨우고 있다

부러진 늑골과 상한 풀잎의 마음이

제 자리로 돌아가느라 서걱서걱 움직이기 시작한다

가장 낮고 약한 것들이 가진 저 눈물 나는 자기 회귀,

자못 진지하고 숙연하다


                      ― 졸시, <풀잎 5> 전문

 


♧ 밟히거나 눌린 풀잎은 쓰러진다. 쓰러진 풀잎들은 가지런한 머릿결 같다. 풀잎의 몸을 짓이기면서 밟거나 머물다 간 자들은 풀잎을 잊었을 것이다. 풀밭에서 그들이 벌인 광란까지 잊었을지 모른다. 잠자듯이 쓰러져 있는 가련한 풀잎을 누가 깨우고 있다. 바람이다. 바람의 격려와 위무로 풀잎의 몸과 마음이 제자리로 돌아간다. 풀잎이 일어서기 시작한다. 자기 회귀의 몸짓이다. 비록 상처 입은 몸일망정 처음의 자기로 돌아가는 일이 풀잎에게는 사뭇 진지하다. 진지하다 못해 숙연하다. 밟는 자와 밟히는 자의 관계가 삶의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살아가는 이치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