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완 교수의 아침산필 (50)>
풀잎 4
밟을 테면 밟으세요
내 몸 찢기고 부서져도 나는 죽지 않아요
새 몸 다시 만들어 나서거든요
나는 몸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땅 속 깊이 흙살 거머쥔 뿌리로 살거든요
나를 밟는 당신의 신발 밑창이 닳아서
세상 끝으로 마침내 미끄러지고 말 거예요
나는 밟히면서 살고
당신은 밟으면서 끝내 죽어갈 거예요
삶이란 원래 그런 것이거든요
― 졸시, <풀잎 4> 전문
♧ 풀잎은 밟히면서 살아간다. 밟혀서 뭉개진 몸을 보면 일견 죽은 것 같지만 죽은 것이 아니다. 으깨진 풀잎 아래서 어느새 새잎이 돋아난다. 뿌리가 피워 올리는 재생이며 환생이다. 흙살 거머쥔 뿌리의 강인한 생명력을 대하면 신비감을 느끼다 못해 사뭇 경건해진다. 신념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뿌리는 풀잎의 신념이다. 가장 약하고 낮은 처지에 있는 풀잎은 그래서 죽지 않는다. 신념은 권력을 능가하며 그 수명이 보다 길다. 신념이 승리를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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