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완 교수의 아침산필 (52)>
장마 2
온몸으로 오래 비를 받고 있는 나무
잎으로 가지로 뿌리로
필요한 만큼만 채우고 흘려보낸다
답답하게 내려앉은 풍요 속에서
비만하지 않아도 되는 나무는
그래서
도랑과 시냇물을 거느리고
멀고 긴 강도 휘어잡고 있다
가지 벋어, 하늘마저 움켜쥐는 것이다
― 졸시, <장마 2> 전문
♧ 장맛비는 오다말다 오래 내린다. 나무는 온몸으로 비를 맞는다. 나무의 의사와는 무관하다. 그러나 맞는 비 모두를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만약 나무가 장맛비를 오는 대로 모두 다 받아들인다면 나무의 몸은 퉁퉁 불어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지도 모른다. 젖을 만큼 젖고 난 나무는 나머지 물을 흘려보낸다. 빗물의 풍요 속에서 나무는 스스로의 체중조절을 하는 것이다. 남는 것을 나눌 줄 아는 것이다. 나눔으로써 나무는 시냇물과 강을 거느릴 수 있다. 가지 끝으로 하늘마저 움켜쥘 수 있다. 필요한 만큼만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떠나보내는 것이 세상의 주인이 되는 첩경이다. 자연의 순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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