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완 교수의 아침산필 (49)>
풀잎 3
가장 낮게 내려온 바람을 내 손 끝으로 붙들고 있어요
움켜쥐면 달아나고 말아요
쓰다듬어도 안 되지요, 여리고 부드러운 것은
가만히 손만 대고 있어야 해요
때 되어 부석부석 말라가는 손에
잠시 머물러 주는 바람에 감사해야 해요
내게는 바람이 어머니에요
젊고 풋풋한 아주 젊은 여인의 손길이어요
― 졸시, <풀잎 3> 전문
♧ 공중을 달리는 바람도 있고 풀잎을 짓밟는 바람도 있다. 그러나 바람의 뿌리는 풀잎의 뿌리를 지향한다. 그래서 바람은 풀잎 속을 파고든다. 낮게 내려선다. 근원으로 회귀하는 귀향 같다. 되돌아가면 어쩌나 하는 마음으로 풀잎은 조심스레 바람의 몸에 손만 대고 있다. 바람을 붙들려고 욕심 부리지 않는다. 늙은 풀잎은 바람에 더욱 감사한다. 외면하지 않고 머물러 주는 것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이쯤 되면 안온한 바람의 손길이 곧 어머니가 된다. 혹은 젊고 풋풋한 젊은 여인이 된다. 가만히 손과 손을 맞잡은 바람과 풀잎 사이엔 따뜻한 소통이 있다. 너와 나의 구분이 사라지는 합일이 있다. 풀잎 속에서 잠든 바람과 바람의 손길에 몸을 맡긴 풀잎은 번갈아가며 어머니가 되었다가 자식이 되었다가 하는 것이다. 밝혀지지 않는 신비가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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