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완 교수의 아침산필 (45)>
통근열차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철교를 지나 자고산 터널을 빠져나오는 통근열차의 긴 기적소리가 들리면 선 새벽밥을 먹다 말고 용수철처럼 튀어 나가 왜관역으로 달렸다, 선로원 사택 쪽 샛길로 플랫폼에 들어서면 열차는 미적미적 출발하고 있었고 뜀박질로 겨우 난간을 붙들고 뛰어 올랐다, 여상을 다니는 얼굴 하얀 여고생이 차창을 내다보며 말갛게 웃고 있었다, 나팔꽃 빨간 미소였다, 객실 통로로 들어서면 분내 같은 것 혹은 비누냄새 같은 것이 흐르고 있었다, 건네받은 습작 노트에서 새벽까지 맡은 냄새 그대로였다, ― 양쪽으로 내건 촘촘한 액자들의 그림을 자꾸 새것으로 바꾸어 달면서 통근열차는 신동을 지나고 밤꽃 자욱한 지천의 샛강 위를 건너갔다, 자주 가슴 저릿하던 학창시절이 물가의 왜가리처럼 자박자박 지나가고 있었다
― 졸시, <통근열치> 전문
♧ 소년기에서 청년기로 넘어가던 1960년대 중후반은 늘 잠이 부족했다. 김천에서 대구 사이를 오가는 통근열차를 타고 고등학생 시절을 보내던 그때, 아침은 언제나 허둥지둥 시작 되었다. 그러나 통근열차를 타면 현기증 나는 설렘이 있었다. 샛강의 왜가리처럼 먼 곳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젊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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