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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완 교수의 아침산필 46] 숲 3 [칠곡인터넷뉴스]

김주완 2009. 5. 30. 16:17

 

<김주완 교수의 아침산필 (46)>


숲 3


 

풀숲은 안식이었을까, 내놓고 싶지 않은 비밀들 내밀하게 숨기며 무심히 고개 들고 선 풀숲은 편안했을까, 의례적이거나 아주 의전적인 표정만으로 세상과 마주 서는 풀숲은 속으로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는 것일까, 바람이 흐르는 방향으로 비스듬히 드러눕는 풀숲의 생리에는 처음부터 지조가 없었던 것인가, 아니면 순응하는 슬기가 배인 것인가, 때마다 고개 숙이는 풀숲은 소중한 무언가를 그의 품에서 은밀하게 키우고 있는 것인가, 꺾이고 쓸리면서 생의 한가운데로 바람을 맞는, 몸과 몸을 부딪쳐 영혼을 덥히는 한봄의 풀숲


                             ― 졸시, <숲 3> 전문

 


♧ 풀숲은 사회이며 집단이며 인격이다. 고요한 풀숲을 바라보면 편해 보인다. 그러나 풀숲의 의례적인 모습 뒤에 있는 내면은 가늠하기가 힘이 든다. 바람의 발길에 밟혀 비스듬히 드러눕는 풀숲은 의연하면서도 유연하다. 한봄의 안온한 열기로 풀숲의 영혼이 덥혀지는 것은 몸과 몸을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풀숲은 민중 같다. 좌선坐禪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