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 시집 수록 시편/제6시집 주역 서문을 읽다[2016]

[시] 공 / 김주완 [2014.02.11.]

김주완 2014. 2. 12. 12:28

 

 

[시]

 

(경북문협 경북문단』 2014/제31호(2014.12.05.) 74~76쪽 발표 )


[6시집]

 

 

 

     공 / 김주완

 

― 어제 내가 버린 것들은

어디서 무엇이 되어 있을까 ―

 

가둔 구름의 뼈로 지탱하며

회전하는 것은 제 자리가 없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것이 생이라면

살아있는 누구도 한 자리에 머물 수는 없다

 

그가 나를 잡아주었을 때

나는 그의 위성이 되어

그의 주위를 맴돌며 살았다

그가 나를 던지거나 찼을 때

나는 또 어디론가 굴러갈 수밖에 없었다

 

여기까지 오면서 참 많은 것들이 스쳐갔다

따뜻하거나 무덥거나 서늘하거나 차디찼던 바람

천천히 흐르거나 소용돌이치던 강물

연해서 상처 입거나 메말라서 바스라지던 나뭇잎

누구도 나와 함께 여기까지 온 자는 없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모두들

스쳐가거나 무겁게 부딪치고 갔다

 

나는 그들을 버리지 않았다

그들은 그들대로 구르고 나는 나대로 굴렀을 뿐이다

구르면서 다만 스쳤을 뿐인 그들

돌아보면 아무도 없다

여린 연기 자국 같은 것도 남아 있지 않다

굳이 누가 누구를 버린 것이어야 한다면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버린 것이 된다

앞도 뒤도 어둡다

멈칫거리는 지금은 안갯속이다

 

다 헤지고 난 뒤

모두 사라지고 난 이제야

회전문을 붙들고 있는 축과 같은

그런 기둥이 없었음을 안다

그러나 바람도 강도 축이 없다는 것으로

안도한다

 

어디까지 굴러갈지 스스로도 모르는

오늘이 여기저기 부딪치며

바람처럼, 강물처럼, 나뭇잎처럼

천천히 굴러가고 있다

구름의 뼈가 무너지지 않았으므로

아직은 둥글게

회전하고 있어 살아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