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 시집 수록 시편/제6시집 주역 서문을 읽다[2016]

[시] 반짝이는 어둠 / 김주완 [2014.03.11.]

김주완 2014. 3. 11. 19:04

 

[시]

 

<칠곡신문 스마트뉴스 2014.03.12.수. 인터넷판 발표>

<월간 한국시 2014년 5월호(통권 302호) 80쪽. 특집 2 : 창간 25주년 기념 원로시인 초대시 게재>

<작가사상 2014년제12호(2014.06.20.) 34~35쪽 초대시 발표>

<시인동네 2014년 가을호(통권 34호) 50~51쪽 발표>

[6시집]

 

 

     반짝이는 어둠 / 김주완

 

 

자수정 반지를 낀 여자가 문을 잠그고 살았네

산정 호수 폐와호*를 가져와 정원의 연못으로 두었다는데

사각의 뿔테 선글라스를 짙게 끼는 그 여자

조각배와 석양이 걸린 산자락을 울타리로 두르고

부겐빌레아 붉은 꽃잎, 속 깊이 감춘 채

족제비싸리나 제비꽃을 우려 낸 물에 목욕을 하는

여자가 밖으로 나온 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네

집 속의 집, 속 좁은 동굴 같은 여자의

고여 있으면서도 흐르는 육각수의 몸을 그리며

많은 남자들이 여자의 집으로 들어갔지만

살아서 나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네

어두운 밤에도 빛을 내는

이끼가 끼지 않는 피부, 투명한 몸을 가졌다는 소문이 돌았네

여자의 왼쪽 어깨에 전갈 문신이 새겨져 있고

독 올라 푸른 꼬리가 크고 둥근 귀고리를 받치고 있다는 말,

꼬리에 찔린 남자들은 몽롱해지고

스멀스멀 기어 내려온 전갈에게 체액을 모두 빨렸을 것이라는 말,

여자의 방, 검은 커튼에 총총히 박혀

반짝이는 별의 독성이 전갈보다 더 치명적이라는 말,

살결 으스스한 말들이 많았네

몸을 덥히면 창백해지는

자수정 반지를 낀 여자가 사는 집을 아는 자는 많지 않네

그 집 가는 길목에

아찔하게 반짝이는 어둠에 대한

경고문 하나 상형으로 붙이는 것이 어떨지

 

 

 

 

* 히말라야의 산악국가 네팔의 호수 마을 포카라(pokhara)에 있는 산정 호수 이름. ‘포카라’는 네팔어로 호수를 뜻하는 ‘포카리’에서 유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