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월간 한국시 2014-6월호(통권302호) 48~49쪽 발표>
[제6시집]
버려진 가식假飾 / 김주완
검정이 갈색으로 변색되는
3주에 한 번씩 이발을 한다
일 년에 열일곱 번,
동네 목욕탕 단골 이발사는 묻지도 않고
내 정수리의 숱을 쳐내고
귀밑 머리털을 가지런히 자른다
익숙한 가위질에 속절없이 떨어지는 시신들,
검은 물들여 반짝반짝 위장한 3주의 가식을 잘라 버리는
가위의 단호함이 민망하여 나는
눈을 감고 있다, 버려지는 것은 차마 보지 못하지
나무는 우듬지로 키가 크는데
머릿결을 잘라내는 나는 더 이상 자라지를 않고
갓 염색한 칠흑빛 모발로 목욕탕을 나서는데
버려진 가식은 새로운 가식을 따라오지 않는다
가식에서 잘려 나간 가식
비로소 가식을 벗어난 그는 여전히 가식의 조각인데
버려진 자의 행로는 미궁이다
지금 어디서 무엇이 되고 있는지
남이 된 나는, 버려진 나를 돌아보지 않는다
무심해야 진짜 가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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