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 시집 수록 시편/제6시집 주역 서문을 읽다[2016]

[시] 놀이에 들다 1 / 김주완 [2014.01.21.]

김주완 2014. 1. 21. 16:43

 

[시]

 

<2014.06.20. 작가사상 2014년제12호 32~33쪽 초대시 발표>

[6시집]

전북문학 제274호(2016.04.29.) 수록

 

 

놀이에 들다 1 / 김주완

 

 

 

까마득한 어둠 속에 떠있는 꼬마전구는 흡인력을 가졌다

 

 

오래 전의 채송화 꽃잎이 떨리고

부풀어 오르는 강가에서

깊은 밤은 호흡이 가빴다

크고 부드러운 달, 보름달은

살얼음 낀 물가에 내려와 지퍼를 열고 몸을 식혔다

살 떨리는 겨울과 숨막히는 여름의 공존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온수관으로 이어진 수도꼭지에서 따뜻한 물방울이 똑똑 떨어졌다, 역리의 분수가 아닌 순리의 낙하였다

 

 

검은 허공에는 고속열차가 아나콘다처럼 경계 밖으로 빠져나가고, 닫힌 어둠 속의

적막한 둔치에 승용차 몇 대가 드문드문 묻혀 있었다

무덤처럼,

화로의 잿불 속에는 꺼지지 않는 불씨가 있다

불씨를 입에 무는 여자는 따뜻한 화로의 몸을 가졌다

 

 

속 깊이 흐르는 밤의 강가에서

살아서 추위를 이기는 나무들, 벤치들은

모두들 저마다의 숨바꼭질 놀이에 들어 있었다

 

 

가까이 앉은

강의 입가에 하얀 백태가 두터워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