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처음 가는 길 / 김주완
막힌 사각의 방, 벽 앞에 앉은 중년의 엄마는 손 안의 스마트폰을 보면서 보이지 않는 그물을 타고 올올이 날았다. 현기증 또는 멀미 이는 설렘이 잠자리 날개처럼 떨고 있었다. 극락조의 긴 꼬리가 일으키는 바람소리 사이로 구름이 푸석푸석 무너지고 있었다. 남쪽의 외딴 섬에 접속된 것이다. 줄 지어 선 가로수의 부러진 가지, 외로움이 별처럼 떠 있었다. 모성의 오래된 이불보를 꺼내 햇볕에 널었다.
길이 어디든 나서면 첫길이다. 날마다 새 길, 낯익은 것을 찾아가는 낯선 길로 그가 올 것이다. 건장한 어깨에 앉은 바람 한 점 따라올 것이다. 바람에는 싱그러운 살내가 묻어 있을 것이다.
집을 들고 집으로 간다. 출렁이는 물빛에 발 담근 새순이 막 돋아난다. 또 봄이다.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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