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09. 발행『구미문학』제23집 16쪽. 초대시 발표
해동문학 2013년 겨울호(통권 84호) 126쪽 수록
[시]
우산 1 / 김주완
붉은 꽃무늬 우산 하나 가지고 싶네
떨어지는 것은 떨어지는 대로 흘려보내고
남은 빗방울 몇 개 굵은 구슬처럼 달고
무지개거나 뭉게구름이거나 그런 것을 생각하는
비온 후의 목단 꽃잎 같은 누나
책가방 들고 우산 안으로 들어올 것이네
버짐 같은 물구덩이를 피해
발아래 굵은 지렁이 꾸물거리고 아릿한 흙내 사이
종아리 흠뻑 젖어도 좋으네
쇄골 위에 얹힌 그녀의 두 갈래 땋은 머리채
익은 머루처럼 까맣게 반짝이면 되네
비오는 날은 좋아
굵은 장대비 오는 날, 길갓집 양철지붕 부서져라 두드리는
빗소리 요란한 날은 더 좋아
싸한 토마토 잎 냄새가 났어, 포플린 블라우스 어깨에서
오래 머물고 싶은 향기 피었지
푸른 나뭇잎 같은 날개가 돋아 새가 되는 그녀를 보며
나는 비오는 날에 중독되었어
붉은 꽃무늬 우산 하나 가지고 싶어
오래
펼쳐 들지 않고 고이고이 접어 둘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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