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 시집 수록 시편/제4시집 오르는 길이 내리는 길이다[2013]

[시] 아름다운 슬픔 / 김주완 [2012.07.10.]

김주완 2012. 7. 10. 18:06

 

 

<대구문학 2012-9,10월호(통권98호/2012.10.08.발행) 85~86쪽 발표>

 

[시]


         아름다운 슬픔 / 김주완


꽃을 본다

만개한 꽃의 슬픔을 본다


앉은뱅이, 앉은뱅이

제 자리에 붙잡혀서 피는 꽃


바람이 와서 자주 흔들고 가지만

따라 나서지 못하는 꽃은 그저, 거기 서서

슬프게 몸을 떤다


자유를 꿈꾸는 낮은 신음呻吟, 감당할 수 없는

신열로 꽃은 속에서부터 몸부림치며 피고

춤, 춤추는 슬픔은 아름답다,고 우리는 명명命名한다


절정은 소실점이다

돌아앉아 흘리는 눈물 사이로 보이는

까마득한 소망의 증발 지점이다


남남으로 있는 모래알처럼 말라 있는 것이 아니라

수챗가에 선 분꽃은 발이 젖어 있어 꽃을 피운다


무릇, 만개한 꽃의 슬픔에는 오래 된 물기가 있다

물기에 젖어 있는 모든 것은 아름다운 법,

슬픔의 찬란한 물방울은

저만큼 밀어내 놓고 보아야 반짝인다, 투명해진다


꽃의 만개는 기쁨이 아니라 슬픔이다

처연하게 아름다운 슬픔, 슬픔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