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 시집 수록 시편/제4시집 오르는 길이 내리는 길이다[2013]

[시] 나뭇가지 4 / 김주완 [2012.06.26.]

김주완 2012. 6. 26. 17:29


[시]


     나뭇가지 4 / 김주완


나는 뻗는 것이 아니라

오래 받들었다, 아늘아늘한 하늘

어둠 너머에 있는 신들의 자리를 경배했다


어제는 푸른 눈을 번득이는 2번도로길

송보살이 와서 나를 꺾어 갔다

개명된 내 이름은 복숭나무

회, 초, 리,

영험한 축귀 도구가 되었다


미명귀는 한부터 풀어 준 뒤 쩍 쩍 핏줄 서도록 때려

쫓아 보내고

아귀는 한 상 그득 차려 먹이고

상사귀는 치마 한 장 덮어 주며 마구잡이로 등 떠밀어

떠나보냈다


반질반질 손때가 내 몸의 살로 오르고

영계靈界를 드나드는 송보살의 신기神氣

내 오장육부로 젖어들고 있었다


나와는 무관하게 나는 날마다

송보살의 손에서 휘둘러졌다, 구천을 떠도는 불쌍한 넋들

훤하게 쓸어내는 메마른 빗자루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