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6.01. 해동문학 2012-여름호(통권 78호) 발표>
[시]
갤러리에 갇힌 풍경 / 김주완
장면모드를 일몰로 바꾸고 붉은 강물에 내려선 검은 산과 회색나무의 잔가지들, 길게 걸린 주홍빛 구름자락 끝에 매달려 서산 너머로 떨어지는 석양 풍경을 촬영했다 잘라낸 풍경은 스마트폰의 갤러리에 자동으로 저장되었다 강도 산도 이제 꼼짝없이 메모리에 들어가 버렸다 푸른 하늘을 품어 안고 푸른 물이 들어 쉬지 않고 꿈틀거리던 풍경이 홍조 띤 절정의 표정으로 정지해 버린 것이다 숲의 새나 강의 물고기 떼는 따라 들어오지 않았다 생명이 빠져나간 풍경의 연한 껍질 하나를 벗겨 코딱지만 한 마이크로 SD카드 속에 가둔 셈이 된다 가슴이 빈 날은 죽은 그것들을 불러내어 나는 눈으로 어루만질 것이다 사랑을 독점한 권력자의 쾌락을 누릴 것이다 바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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