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 시집 수록 시편/제4시집 오르는 길이 내리는 길이다[2013]

[시] 바람이 끈이다 / 김주완 [2012.02.28.]

김주완 2012. 2. 28. 11:24


<2012.06.01. 해동문학 2012-여름호(통권 78호) 발표>

 

[시]


바람이 끈이다 / 김주완


엷은 웃음, 웃을 만큼 웃고 났는가 생의 절정에서 벚나무 가지를 떠난 꽃잎들 이리저리 몰려다닌다 새잎 나올 무렵, 가장 아름다울 때 떠난 저들은 스스로 처할 자리를 안다 낮고 구석진 곳, 별리의 잔해가 떠도는 거기, 봄밤 명지바람에 여생을 의탁한 것이다 높은 가지와 낮은 꽃잎 사이, 하르르 나르는 꽃잎과 꽃잎 사이, 구르는 꽃잎과 쌓이는 꽃잎 사이, 거기 부드러운 바람이 한 올씩 묶여 있다 그랬구나, 낙화의 실마리는 바람이었구나 나비를 몰고 다니는 바람이 끈이다 곱고 감미로운 쫀드기 같은 끈이다 저 끈, 봄비 내려도 녹지 않을 점성粘性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