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6.01. 해동문학 2012-여름호(통권 78호) 발표>
[시]
조약돌 사랑하기 / 김주완
강마을에 인접한 갈수기의 샛강에서 데려왔습니다 하얀 모래에 반쯤 얼굴을 묻고 까맣게 반짝이던 그녀의 얼굴, 그 조그만 얼굴이 하얗게 웃을 때는 까무러치게 곱고 매끄러웠지요 책상 위 가까이에 두고 지금껏 함께 살았습니다 강심의 뜨거운 다비식에서 나온 사리 같은 그녀를 나는 손에서 놓지 않고 지냈어요 책을 읽다 쉴 때면 바로 그곳에 얼굴을 대고 그녀는 글쓴이를 붙들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나는 행간에서 길을 잃지 않았어요 미로 같이 얽힌 책 속의 길을 가까스로 빠져나올 때도 있었고요 동백기름 발라 쪽 지은 머릿결처럼 흑청 빛으로 반질반질해진 그녀의 전신엔 기실 내 손때가 깊이 배어 있어요 나 죽어 염습을 할 때 수의 속에 넣어 달랄 요량입니다 어느새 그녀는 저승까지 같이 가고픈 동반자가 된 거지 뭡니까 다 놓고 이승을 떠나면서도 그녀만은 포기할 수 없는 거지요
'제1~7 시집 수록 시편 > 제4시집 오르는 길이 내리는 길이다[2013]'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갤러리에 갇힌 풍경 / 김주완 [2012.02.14.] (0) | 2012.02.17 |
---|---|
[시] 맨드라미 / 김주완 [2012.02.07.] (0) | 2012.02.07 |
[시] 눈길 6 / 김주완 [2012.01.31.] (0) | 2012.01.31 |
[시] 가슴에 감치는 모습 / 김주완 [2012.01.03.] (0) | 2012.01.05 |
[시] 불길 / 김주완 [2011.12.20.] (0) | 2011.1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