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시집『어머니』(1988)]
다음 날 2 / 김주완
저녁에 장의사가 옵니다.
음력 섣달그믐의 어둠 내리고
수런수런 사람들이 다녀가도
어머니는
세상모르고 누워만 있습니다.
뚜둑 뚝 염포가 동여져도
어머니는
무심한 잠만 잡니다.
하이얀 조선종이로 마지막 얼굴을 덮고
어머니의 전신이 싸여집니다.
접은 종이 날개가
양 어깻죽지에서 내리 발까지 비늘처럼 달리고
사르르 살아나는 조선종이
날갯짓 소리가 일면 이승에서의
어머니의 채비는 끝이 납니다.
「임자 먼저 가면 내가 꼭꼭 묻어주지」
「당그랗게 싸고 묶어 내가 꼭꼭 밟아주지」
아버지의 입버릇이 생생히 이행되어
두터운 천판은 닫히고
가슴 쪼개는 쟁쟁한 소리로
귀마다 은정이 박혀지면
우리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어머니의 형체는 차단됩니다.
이승에서는
다시 못 볼 얼굴이 되고 맙니다.
어리는 눈물 훔치며 고개를 들다가,
범어동 골목 밖으로 너울너울
날아오르는 어머니의 발밑에
영롱한 안개가 서리고 있음을
나는 그 저녁 언뜻 보았습니다.
「안 좋은 건 모두 다 싸가져 가고
내 귀신이 되면
너그들 모두 다 잘 살도록 해 주마」
생전에 듣던 어머니의 노래가
어른어른 귓가로 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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