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시집『어머니』(1988)]
그 날 2 / 김주완
때 놓치면 안 된다는 아버지의 성화로
먼 길 입고 갈 새 옷 찾아 입힙니다.
잎 떨구어 낸 마른 둥치에
떨어진 잎들이 몰려드는 어릴 적 마당가
감나무 아래
어릿한 눈으로 불거진 뿌리줄기가 어늘거립니다.
머리털, 손톱, 발톱 조금씩 모아
깊이깊이 간직하시라 옷섶 주머니에 넣어 다둑이고
저승문 곱고 밝게 들어가시라
쪽빛 비단활옷 초롬하니 덮어 입히고
단정히 남바위도 씌웁니다.
어머니 속에서 나와 어머니 손으로 건사된
우리가
지금은 머리 풀고 눈물 떨구며
하야니 고운 새신부로
떠나시는 어머니를 단장시킵니다.
우리가 보지 못한 초례청의 차일 아래
수줍게 맑은 어머니의 얼굴이
어릿한 눈앞에 어늘거리고
지금은 움쑥한 어머니의 볼우물에
우리의 눈물만 자꾸 떨어져
일렁이는 못물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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