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시집『어머니』(1988)]
회오悔悟 2 / 김주완
젖을 먹고 자란 게 아니라
피를 빨며 컸습니다.
밥을 먹고 자란 게 아니라
어머니!
당신의 눈물로 사람이 되었습니다.
식솔들 입에 거미줄은 못 쳐
배급양계사료를 양식으로 빻으며
쇠절구 공이에 못 박히는
가난한 집안의
열여덟 고운 누님의 손.
설운 배를 줄여
모두들 대학으로 보내고
홀로 남아
배울 것도 없는 살림이나 배우는
잔잔한 누님의 인고忍苦와
절벽 같은 아버지의 완고頑固에
밤이 되면 슬픈
어머니의 속울음 소리 들렸습니다.
귀한 손님이 온 아침이나
식구들 생일이라도 되어야
삶은 달걀 두어 개 상위에 오르고,
건장한 어깨로 군대 간 형님
외출 나오는 주말이라야
뒷밭 울타리
강냉이 몇 개 꺾어 삶는 어머니,
베풂으로써 허기를 메우는
빈 것으로 채우는 슬기, 그 때 보았습니다.
어머니,
당신의 피를 빨며
진한 당신의 눈물을 마시며
우리들 어린 뼈가 여물었습니다.
긴긴 겨울 밤,
모진 아픔 깨물며 가난을 깁던
당신의 헤진 옷깃에 싸여
무심코 우리는 자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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