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 시집 수록 시편/제2시집 어머니[1988]

그 후 1 / 김주완

김주완 2011. 3. 11. 18:55


[제2시집『어머니』(1988)]


   그 후 1 / 김주완



잠겨 내려앉은 이월의 하늘

들판을 달리는 눈발 사이

김천 지나 성주 길

홈실椧谷 을 갑니다.


아린 가슴 쓸어내리며

지금은 다른 길을 따라

어릴 적으로 갑니다.

업혀 가던 어머니의 등이 없습니다.

잡고 가던 외조모의 손이 없습니다.

둘러보아도 둘러보아도

세상천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 해 겨울 막힌 눈길을

키 큰 외조모가 휘적휘적 걸어옵니다.

숯껑 이마에 칠하고

높은 어머니 등에 업혀

어린 내가

첫 외가를 가고 있습니다.


들어서면 배나무골,

아랫등성에 외조부가 일어납니다.

못 본 얼굴이 오히려

낯익은 웃음입니다.

물살 도는 가마웅덩이 지나

완정고가로 올라가면

회나무 근처 외조모 화동댁이 살던

초가 뒤란의 대숲에서

뚝 뚝 눈 녹는 눈물소리 나고

말라 뒹구는 댓잎 사이

어머니가 보입니다.


돌담 뚫은 샛문이 막히고

감나무 아래

돌우물 옆의 장독대에서

때 아닌 분꽃은 피어나고,

까치집 높은 가지에 얹힌 눈이

외조모의 백발이 되었다가

어머니의 백발이 되었다가

풀풀풀 바람에 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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