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시집『어머니』(1988)]
그 후 1 / 김주완
잠겨 내려앉은 이월의 하늘
들판을 달리는 눈발 사이
김천 지나 성주 길
홈실椧谷 을 갑니다.
아린 가슴 쓸어내리며
지금은 다른 길을 따라
어릴 적으로 갑니다.
업혀 가던 어머니의 등이 없습니다.
잡고 가던 외조모의 손이 없습니다.
둘러보아도 둘러보아도
세상천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 해 겨울 막힌 눈길을
키 큰 외조모가 휘적휘적 걸어옵니다.
숯껑 이마에 칠하고
높은 어머니 등에 업혀
어린 내가
첫 외가를 가고 있습니다.
들어서면 배나무골,
아랫등성에 외조부가 일어납니다.
못 본 얼굴이 오히려
낯익은 웃음입니다.
물살 도는 가마웅덩이 지나
완정고가로 올라가면
회나무 근처 외조모 화동댁이 살던
초가 뒤란의 대숲에서
뚝 뚝 눈 녹는 눈물소리 나고
말라 뒹구는 댓잎 사이
어머니가 보입니다.
돌담 뚫은 샛문이 막히고
감나무 아래
돌우물 옆의 장독대에서
때 아닌 분꽃은 피어나고,
까치집 높은 가지에 얹힌 눈이
외조모의 백발이 되었다가
어머니의 백발이 되었다가
풀풀풀 바람에 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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