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시집『어머니』(1988)]
그 후 2 / 김주완
밤나무 높은 가지에 복숭아 살구 마른 가지에 붉고 푸른 꽃상여 은박꽃 군데군데 걸어 두고 어머니 오르신 영생永生의 산길, 석 달에 눈 녹고 얼음도 삭고 물오른 바람 끝에 바랜 꽃잎 시름으로 나부끼는 아곡동 산마루, 춘 사월 20도 지열이 뒤채는 밤숲 사이 봄날 깊은 정오를 지나 나무 네댓 그루 유택 가에 심습니다.
멀리서 띄워 온 금잔디 잔잔한 씨앗 두엇 봉 속 가슴에 품고 가 고루고루 봉분 위로 뿌립니다. 햇발이 쏟아지는 반짝이는 하늘가 어머니 모습으로 높은 구름 몇 조각 훤출히 떠가는데, 백일홍 산수유 백목련 다섯 그루, 뒷개 야산에서 청화산 기슭에서 말티고개 밑 묘포장에서 선산 도개 제 집 마당으로 시집 와 살 섞고 숨 섞어 함께 살던 몇몇 생명, 집 떠나며 옮겨 와 어머니 모시라고 옆에 옆에 세웁니다.
지나봐야 안다는 살아봐야 안다는 어머니 말씀, 어머니 가시고 알갱이만 남은 말씀, 늦게사 부여잡고 부질없이 솟는 눈물, 썰물 나간 개펄 가슴에 울타리 쳐 어머니로 채우고자 저인 듯 대신인 듯 밤낮으로 모시라고 얼굴단장 몸단장 곱게 시켜 어머니 옆에 세워 둡니다.
골짝 아래 물 길어다 부어 줍니다.
관림목 숲 속에서 휘파람새 두어 마리 울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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