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 시집 수록 시편/제3시집 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은어 / 김주완

김주완 2011. 3. 14. 11:16


[제3시집『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은어 / 김주완



강물은 흐르고 뛰어

오르는 놈만이 본다,


역류의 아픔으로 부서지며

쪼개지는 물살의 칼날 위

벼랑 끝을 돌아 나가는 그녀의 흐느낌을

건너편 산들의 근엄과

바람결에 쓸리는 수목들의

얼굴을 숨어서

떨어지면서 본다,

일제히 침묵하는 물의 길,

가장 어둔 밤

숨 죽여 흐르는 깜깜한 눈물

산란의 부수한 비늘들을

뛰어 오르면서 떨어져

내리면서 본다,


잠시 

깊고 먼 데 박힌 영롱한

별 하나의 체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