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시집『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벌판에는 바람이 / 김주완
벌판에는 바람이 불어요.
바람의 방향을 따라서
뜬 구름이 몰려다니고 있어요.
소리의 물줄기가 어지러이 흐르고
몸과 몸을 부딪쳐 맹목의 수목들이
사생결단을 하고 있어요.
바람의 칼날에 넋은 넘어지고 있어요.
갈대밭에서 나온 미풍이 숨 죽여 자진하고
부서지는 흙들의 노래가
산을 옮겨가고 있어요.
쓰러지는 풀들은 쓰러지는 슬기로
바람을 피하고
온전한 뿌리를 지키고 있어요.
벌판에는 바람이 불어요.
바람의 방향을 따라서
번뜩이는 눈물이 공중을 떠 다녀요.
자꾸 서두르고 있어요.
바다인 듯한 바다가 정작은
바다가 아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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