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탈피 5 / 김주완 [2011.11.15.] [시] 탈피 5 / 김주완 도축장 원피처리실의 필리피노 하로버 씨는 하루에 열 마리도 넘게 소가죽을 벗긴다, 갈고리에 걸려 리프트 레일을 타고 온 수직 방혈된 소의 외피를 박피한다, 숙련된 솜씨로 날카로운 칼날을 밖으로 향하여 살과 껍질 사이로 비집어 넣는다, 넓적다리 안쪽.. 시 · 시 해설/근작시 2011.11.15
[시] 탈피 4 / 김주완 [2011.11.15.] [시] [제6시집] 탈피 4 / 김주완 수족관의 붉은큰가재가 며칠째 먹이를 먹지 않는다, 구석진 곳에 온몸을 숨기고 삼엄한 집게발만 밖으로 치켜든 채 꼼짝을 않는다, 자는 듯이 탈피를 준비하는 것이다, 나는 자정이 넘도록 유리 너머로 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새벽녘에 등껍질이 조금 벌.. 제1~7 시집 수록 시편/제6시집 주역 서문을 읽다[2016] 2011.11.15
[시] 탈피 3 / 김주완 [2011.11.15.] [시] 탈피 3 / 김주완 살그머니 빠져나와 숲으로 간 가을매미는 돌아오지 않았다 말라 가는 풀잎에 거꾸로 매달린 매미껍질 투명한 셀로판지 끝으로 견고하게 고부라진 다리 벌어진 등껍질 아래 흙빛 허리마디, 전신이 텅 비었다 속 없이 그 자리에서 버티는 것이 시골 고향집, 늙.. 시 · 시 해설/근작시 2011.11.15
[시] 탈피 2 / 김주완 [2011.11.15.] [시] 탈피 2 / 김주완 초등학교 오학년짜리 손자가 고래를 잡고 왔다, 비뇨기과 의사가 씌워준, 바닥을 잘라낸 작은 종이컵을 보여주며 으스댄다, 제 몸의 변화가 신기한 것이다, 실밥을 뽑아낸 다음에도 어기적거리며 빨갛게 돋아나는 새살을 자랑한다, 아직은 보얀 새끼고래, 조.. 시 · 시 해설/근작시 2011.11.15
[시] 탈피 1 / 김주완 [2011.11.15.] [시] 탈피 1 / 김주완 섣달 그믐밤, 늦은 시간에 밖에서 돌아온 아내가 외투를 벗는다 얼어붙은 별들이 낙엽처럼 떨어진다 어깨죽지의 마른 잔가지들이 잠시 흔들린다 자정이 되자, 욕실에서 나온 아내가 새사람이 되어 빈 방의 새해로 들어가 버린다 사막화된 계절을 건너면서 소.. 시 · 시 해설/근작시 2011.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