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 시집 수록 시편/제6시집 주역 서문을 읽다[2016]

[시] 탈피 4 / 김주완 [2011.11.15.]

김주완 2011. 11. 15. 15:19


[시]

[제6시집]


탈피 4 / 김주완


수족관의 붉은큰가재가 며칠째 먹이를 먹지 않는다, 구석진 곳에 온몸을 숨기고 삼엄한 집게발만 밖으로 치켜든 채 꼼짝을 않는다, 자는 듯이 탈피를 준비하는 것이다, 나는 자정이 넘도록 유리 너머로 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새벽녘에 등껍질이 조금 벌어지기 시작했다, 죽은 듯하던 놈에게서 살짝 움직임이 나타났다, 머리가 나오는가 싶더니 이내 집게발을 끄집어내고는 쏜살같이 수면 위로 튀어 올랐다, 수족관이 잠시 출렁거렸다. 빈 껍질은 허물거리며 휴지처럼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구석진 다른 은폐물을 찾아서 놈은 다시 몸을 깊이 숨겼다, 새 껍질이 굳어질 때까지 기척도 없이 웅크리는 것이다, 대가리가 뾰족하고 허리가 날씬한 회색가재 몇 놈이 다가와 버려진 빈 껍질을 집게발로 집었다가 버린다, 식탐을 내며 은폐물 주위를 배회한다, 붉은큰가재의 연한 몸을 노리는 것이다, 나는 나무젓가락을 수족관에 넣은 채 회색가재의 공격에 대비하고 있었다, 탈피한 붉은큰가재의 보호자가 되어 밤을 새운 다음날 나는 지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