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 시집 수록 시편/제2시집 어머니[1988]

그 날 1 / 김주완

김주완 2011. 3. 11. 23:18


[제2시집『어머니』(1988)]


   그 날 1 / 김주완



얼굴을 만져도 말이 없습니다.

성긴 백발을 쓰다듬어도,

비벼도 비벼도 식어 갑니다.

아무도 울지 못합니다.

천둥이 듯, 하얀 건 까맣고

까만 건 그저 하얗습니다.

누님이 손을 주무릅니다.

이가 오고 동이가 오고

며느리, 손자, 손녀가

무더기 무더기 당도하여도

어머닌 눈을 뜨지 않습니다.

꼭꼭 이불을 덮고

손을 잡고 볼을 부벼도

어디론가 자꾸 어머니의 체온은 사라집니다.

육 남매 벌어진 손

아무도 임종을 못했습니다.

꽃잎 지듯

달빛 스러지듯

출렁이는 달무리의 강 너머로

어머닌 조용히 떠나갑니다.

머얼거니 눈뜬 우리를 두고

올 때처럼

호올로 그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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