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시 해설/근작시

[시] 장마 1 / 김주완 [2008.07.04.]

김주완 2008. 7. 4. 18:55


[시]


     장마 1 / 김주완


수묵화가 된 산이 어둑한 창문에 담겨 있다

내려앉은 하늘의 끈질긴 집착에 도시가 붙들려 있다


그래, 유년의 시골이었지,

연신 손끝에 물을 묻혀가며 어머니가

밀수제비를 뜨던 점심때 쯤

연기는 굴뚝이 아닌 아궁이로 울컥울컥 쏟아져 나와

아나콘다처럼 젖은 마당을 건너가

박 넝쿨 걸터앉은 담장을 넘고 있었지


가늘고 긴 빗줄기 사이로

안개 같은 연기,

눈물 나게 매운 맛으로 초가집들을 점령하고

웅크린 가난은 깊게 뿌리 내리고 있었지


건물을 핥으며

베란다 외벽을 따라 내려가는 담배 연기 아래로

아파트 주차장, 빗물 쓸어내며

귀가하는 자동차들이 줄지어 들어서고 있다

눌린 생의 피로가 비산하며 끌려오고 있다

 

                                            <2008.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