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시 해설/근작시

[시] 돌밭 가는 길 1 / 김주완 [2008.03.14.]

김주완 2008. 3. 14. 22:48


[시]


     돌밭 가는 길 1 / 김주완


봄비 오는 날

나무는 비를 맞으며 생기가 돈다

오래 기다린 자가 돌아오기 때문이다

돌아오는 자를 맞는 설렘 때문이다

들풀도 땅도 조금씩 깨어난다


이런 날은 돌밭도 살아나고 있을 것이다

미끌미끌한 생명의 물기가 돌 것이다

질퍽거리는 황톳길을 가는 사람들

까실쑥부쟁이 여린 잎이 가슴으로 움트고

돌 껍질을 비집고 나오는

한 점 눈물이 날개돋이를 하고 있을 것이다


봄비 오는 날, 돌밭 가는 길 위에서

사람들은 어렴풋이

길의 끝은 언제나 허망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자욱이 웃음 터뜨리는 산딸나무 하얀 꽃을 생각하거나

푸릇푸릇 생명이 일어서는 청보리 밭을 그리는 것이다

 

                                                          <2008.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