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시 해설/근작시

[시] 돌밭 가는 길 2 / 김주완 [2008.03.14.]

김주완 2008. 3. 14. 22:50


[시]


       돌밭 가는 길 2 / 김주완


나 죽으면 돌밭에 묻혀도 괜찮겠다

하얀 뼛가루 흰 눈처럼 뿌려져도 좋을 것이다


화장장 화덕으로 들어가는 내 시신의

탈골된 어깨가 더는 아프지 않을 것이고

다하지 못한 책임들도 한 줌 재가 될 것이다

풀풀 날리는 그 재, 돌밭에 뿌려지면 제격이다


살아온 날들이 길고 먼 자갈길이었는데

비집고 올라오는 깽깽이풀 새순 밟아 뭉개며

절룩거리며 끌고 온 고갯길이었는데

돌밭에 버려지는 내 생은 그래서 분수에 딱 맞는 것이다


잊히고 사라지기 위하여 돌밭으로 가는 것인데

깜깜하게 입 다문 그곳에, 철따라

사람 하나 찾아와 혹시라도 내 흔적을 찾는다면

죽어서도 나는 형벌을 받는 가혹한 신세가 되는 것이다

 

                                                      <2008.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