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돌밭 가는 길 2 / 김주완
나 죽으면 돌밭에 묻혀도 괜찮겠다
하얀 뼛가루 흰 눈처럼 뿌려져도 좋을 것이다
화장장 화덕으로 들어가는 내 시신의
탈골된 어깨가 더는 아프지 않을 것이고
다하지 못한 책임들도 한 줌 재가 될 것이다
풀풀 날리는 그 재, 돌밭에 뿌려지면 제격이다
살아온 날들이 길고 먼 자갈길이었는데
비집고 올라오는 깽깽이풀 새순 밟아 뭉개며
절룩거리며 끌고 온 고갯길이었는데
돌밭에 버려지는 내 생은 그래서 분수에 딱 맞는 것이다
잊히고 사라지기 위하여 돌밭으로 가는 것인데
깜깜하게 입 다문 그곳에, 철따라
사람 하나 찾아와 혹시라도 내 흔적을 찾는다면
죽어서도 나는 형벌을 받는 가혹한 신세가 되는 것이다
<2008.03.14.>
'시 · 시 해설 > 근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꽃샘추위 2 / 김주완 [2008.03.21.] (0) | 2008.03.21 |
---|---|
[시] 돌밭 가는 길 4 / 김주완 [2008.03.14.] (0) | 2008.03.14 |
[시] 돌밭 가는 길 1 / 김주완 [2008.03.14.] (0) | 2008.03.14 |
[시] 빨래 5 / 김주완 [2008.03.07.] (0) | 2008.03.07 |
[시] 빨래 4 / 김주완 [2008.03.07.] (0) | 2008.03.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