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빨래 5 / 김주완
세상이 궁금하면 빨래터로 나간다
물살이 머물다 돌아 나가는 냇가엔
사람이 있고 입이 있고 말이 있다
빨래터 아낙들은 소문도 빨래한다
빨아내어 아래로 띄워 보낸다
잠시 소용돌이 치며
소문의 DNA가 융합과 분열을 거듭한다
가끔은 그 사이에 괴물도 태어난다
괴물이 된 소문의 흉흉한 몰골,
빨래는 재미있고 신이 난다
푹푹 삶은 소문에
퍽퍽 빨래방망이를 내려치면
박살난 미운 놈 얼굴이 사방으로 비산하고
햇빛을 맞받은 곳에선 엉뚱하게도
긴 무지개가 생기기도 한다
조릿대 군락이
몸과 몸을 부딪쳐 서걱거리며
늘 같은 곳에서 빨래터를 바라보고 있다
<2008.03.07.>
'시 · 시 해설 > 근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돌밭 가는 길 2 / 김주완 [2008.03.14.] (0) | 2008.03.14 |
---|---|
[시] 돌밭 가는 길 1 / 김주완 [2008.03.14.] (0) | 2008.03.14 |
[시] 빨래 4 / 김주완 [2008.03.07.] (0) | 2008.03.07 |
[시] 빨래 3 / 김주완 [2008.03.07.] (0) | 2008.03.07 |
[시] 빨래 1 / 김주완 [2008.03.07.] (0) | 2008.03.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