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경북문단』2009년 제25호 수록>
<2016.12. 군위문학 2호 송고.
빨래 4 / 김주완
빨래방으로 가는 길은 급전직하急轉直下여요, 분속 350미터의 고속엘리베이터가 수직하강垂直下降하죠, 쿠릉쿠릉 날카로운 소리에 빨래가 헤질 수가 있어요, 빨래는 지금 많이 피로해져 있거든요, 엄마처럼 감싸 안고 지켜야 해요,
24시 셀프 빨래방에 들어서면 드럼세탁기가 합주를 하고 있어요, 룰루랄라가 아니라 달달덜덜이죠, 박자를 잘만 타면 자작자작 스텝도 밟혀지죠, 일과를 끝낸 와이셔츠와 속옷과 양말을 경쾌하게 던져 넣으세요, 코인 8개를 넣고 코스를 세탁―삶음―건조로 선택하세요, 참, 또 한 가지 잊지 마세요, 당신의 전화번호를 입력해야 하거든요, 이제 전자식 세탁프로그램이 작동되면서 사륵사륵 온종일 쌓인 가식과 비굴의 표피가 분리 되지요,
빨래방에 머물 필요는 없어요, 집으로 올라오세요, 이제는 수직상승垂直上昇이에요, 사무실의 미스 김 종아리 같은 무채라도 썰어보세요, 하얀 피가 도마 위로 번져 나오죠, 살짝 매운 맛이 묻어나는 무생나물은 물이 많아 비벼 먹기가 좋잖아요, 몇 방울 떨어뜨린 참기름에서 몽롱하던 유년의 엄마 냄새가 사르시 피어오를 거예요, 대충 저녁밥 한 그릇을 해치우고 뽀글뽀글 찻물을 끓이세요, 그때쯤이면 ♬~♪~♪~ 멋울림(컬러링)이 울릴 거예요, 세탁이 끝났다는 신호가 오는 거죠, 40분이나 지났거든요,
지하 5층 빨래방에는 지금 푸른 정적이 돌고 있을 거예요, 올 속의 분진을 떠나보낸 빨래가 삼박삼박 눈을 뜨겠지요, 두드리고 비틀고 삶고 돌려 빨아 잡것들은 모두 흘려보냈겠죠, 살균건조로 뽀송뽀송 천들이 살아나겠죠, 삶은 빨래는 삶生이거든요, 삶生은 모노레일 위의 열차거든요, 거두어 오세요, 빨래를
<2008.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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