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 시집 수록 시편/제5시집 그늘의 정체[2014]

[시] 빨래 2 / 김주완 [2008.03.07.]

김주완 2008. 3. 7. 18:36


[시]


       빨래 2 / 김주완


깜깜한 밤 검은 강에서 검은 빨래를 하였네

눈대중이 아니라 손어림으로 하였네

얼룩져 부끄러운 속옷 같은 날들

헝클어진 세월을 푹 푹 삶아 빨았네

마음 하나 내보내 빠는 것인데

차마 깊은 때 몇 점은 남겨지고 말았네

물살에 생을 담그고 물결 따라 흔들리면 되는 것인데

아무도 용서할 사람이 없어

나는 마침내 나의 구원을 포기하였네,

깡그리 어제를 뭉개버려도

깊은 때 몇 점은 끝까지 저절로 남아 있었네

 

                                                     <2008.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