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옥탑방 1 / 김주완
흰색 따개비는 귀신고래*의 회색빛 등에 붙어산다 해안 바위틈에 바위처럼 머리를 내밀고 있다가 귀신처럼 사라지는 귀신고래, 둔탁한 등에 하얀 돌기로 악착같이 붙어산다 귀신고래 큰 입으로 한가득히 빨아들이다 주르륵 흘러내리는 뻘물 속의 몇 마리 새우를 받아먹기 위해서이다
빨아먹거나 주워먹을 것이 있는 곳에 따개비는 머물 줄을 안다 더 이상 얻을 것이 없어지면 떠날 줄도 안다 흰색 따개비는 고래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귀신고래가 되고자 하지도 않는다 소용없는 일에 연연하지 않을 줄을 안다 좁은 방안에서 하루만큼만 피를 덥힐 줄 아는 것이다
* 귀신고래는 ‘한국계 회색고래’의 다른 이름이다. 멸종위기에 처해 지금은 러시아 사할린 바다로 도망가서 120마리 정도가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고 한다
<2008.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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