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시 해설/근작시

[시] 일식하던 날 3 / 김주완 [2008.02.01.]

김주완 2008. 2. 1. 17:10


[시]


      일식日蝕하던 날 3 / 김주완


해거름도 없이 일순一瞬에 세상이 깜깜해지더니

천형天刑으로 끌고 다니던

혹은 떨어질 줄 모르고 발끝에 밟히기만 하던

그림자가 사라져 버렸네

갑자기 몸이 흔들려 바로 서지 못 하겠네


다시 담고 채우면 되는데

왜 이리 공복감이 드는지 모르겠네

이 어둠, 곧 벗겨질 줄 알지만

다시 밝아지면

모든 것이 제 자리에서 버티고 있을 줄 알지만

지금은 세상이 끝난 것만 같네


들어갈 수 없는 죽음 속에 나 오늘 들어와 있네

영혼은 그림자가 없어 늘 흔들리는 것이네

 

                                              <2008.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