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시 해설/근작시

[시] 밤참 먹는 남자 4 / 김주완 [2008.01.18.]

김주완 2008. 1. 18. 16:37


[시]


밤참 먹는 남자 4 / 김주완

 

밤을 낮 삼아 일하는 남자들은 밤참을 먹는다,


특수부 조사실에서 밤샘 심문을 하는 수사관과 피의자는 자정쯤 설렁탕이나 곰탕을 배달시킨다, 병원 응급실 당직 의사와 간호사, 교도소의 교도관은 밤새 두어 차례 컵라면에 끓는 물을 붓는다,


소방서와 지구대의 야간 근무자들, 군대의 초병들, 야간 연습비행에서 돌아온 조종사들, 밤 출어를 나간 통통배 위의 어부들, 생산현장에서 철야작업을 하는 사람들, 경비원들, 심야택시 기사들, 심야고속버스 기사와 승객들, 장거리 야간열차의 기관사와 승무원과 승객들, 사람마다 음식은 달라도 깊은 밤에 무언가를 먹는다,


찜질방에서 밤을 보내는 사람들, 심야업소의 지배인과 종업원들, 카바레나 나이트클럽에서 비틀거리며 나오는 춤꾼들, 집창촌의 고객들, 야반夜半 에 소리 없이 움직이는 도둑들, 사기 도박판을 연 타짜꾼들, 이른 새벽쯤에 이들은 해장국을 먹는다,


버려진 신문지와 골판지로 잠자리를 만드는 노숙자는 냉기 솟는 바닥에 누워 보리건빵을 씹는다, 집에 자면서도 잠들 수 없는 남자들, 아내가 무서운 남편들은 살쾡이처럼 일어나 허기를 채운다


하는 일이 다르고 사람도 틀리고 장소도 각각이지만 밤참은 비슷하다 ― 밤참은 공평하다, 수수하다

 

                                                                                             <2008.01.18.>